[설왕설래] 간병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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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죽었으면 좋겠다.' 이같이 '끔찍한' 제목이 달린 책이 2017년 일본에서 출간돼 파장이 컸다.
일본 NHK가 '간병 살인'에 대한 특별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이후 방송에 나온 가해자들의 목소리를 상세하게 담은 책이다.
인구 10명 중 3명이 노인인 일본에선 해마다 40~50건씩의 간병 살인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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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서울에서 60대 남성이 3년 넘게 간병하던 아내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희귀병을 앓는 아내를 직장까지 그만두고 돌보다가 막다른 길에 몰렸다고 한다. 그는 경찰에서 “아내에게 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자괴감이 들었고, 오랜 간병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힘들고 막막했다”고 토로했다. 지난 4월에도 폐암과 파킨슨병 등을 앓던 아내를 5년간 돌보던 60대 서울 남성이 아내를 숨지게 하고, 자신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오랜 간병은 가족 누군가에겐 지옥이나 다름없다.
우리도 ‘노인 대국’인 일본에 못지않다. 베이비부머의 상징인 ‘58년 개띠’가 올해 65세 대열에 들어섰고, 내년에는 노인 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한다.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실시한 ‘간병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서 간병인을 쓴 경험자의 40.8%가 하루 11만원 이상의 간병비를 썼다고 응답했다. 특히 중증질환자의 경우 한 달 간병비만 400만원을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은 하루 15만원을 줘도 간병인을 구하기가 힘들다. ‘간병 로봇’이 시급하다는 말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제 “간병 부담은 ‘간병 지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라며 “복지부가 관계부처와 함께 조속히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얼마 전 총선 공약 1호로 간병비 급여화를 제시했다. 관건은 재정이다. 간병비 급여화가 시행되면 매년 최소 15조원 이상의 건보 재정이 소요된다. 서민들이 반길 정책이지만 재정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게 문제다.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다 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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