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오만한 야당, 한심한 여당
국힘은 여전히 용산에 끌려다녀
국민 뜻 외면하는 행태 요지부동
그러고도 표 달라고 할 수 있겠나
‘이재명 친위대’라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이낙연 전 대표를 비판했다. “헛된 정치적 욕망으로 민주당의 이름에 먹칠을 했다”, “민주당의 역사를 부정하고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명예를 모욕한다”는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초선인 강득구 의원은 이 전 대표를 “윤석열정권의 앞잡이”라고 주장하면서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
이러니 민주당이 쇄신은커녕 사당화의 길로 치닫는 건 당연하다. ‘가짜 대학생 고문치사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았던 정의찬 당대표 특보에 대한 공천 자격 번복 사태가 그 방증이다. 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는 정 특보에 공천 적격 판정을 내렸다가 논란이 일자 하루 만에 부적격으로 뒤집었다. 이 대표는 “규정을 잘못 본 업무상 실수”라고 했지만 대표 특보라서 눈감아줬다는 게 중론이다. 이 대표가 강성 지지층인 ‘개딸’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권리당원의 권한을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총선에서 1당을 뺏길 것 같지 않고, 단독 과반을 넘기느냐 180석을 먹느냐가 관건”(이해찬 전 대표)이라면서 오만한 태도를 보이는 건 집권당이 워낙 부실해서다.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이 정권 출범 1년7개월 만에 비상대책위원회를 세 번이나 꾸리는 건 정상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정권의 무능과 오만 덕에 대선에서 가까스로 이겼으면서도 볼썽사나운 집안싸움으로 날을 지새웠다. 윤심(尹心)의 지원을 받아 김기현 대표 체제가 출범한 뒤에도 달라진 게 없었다. 새 지도부가 용산 대통령실 눈치만 살피는 바람에 여당은 민심으로부터 외면받았고,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김 전 대표가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띄운 인요한 혁신위는 이벤트로 끝났다.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국민의힘의 무기력증은 여전하다. 비상상황에 처한 당을 수습하고 이끌어 갈 비대위원장이 대통령 의중에 따라 사실상 결정됐는데도 별다른 ‘저항’이 감지되지 않는다. 집권 2년도 안 돼 대표 2명이 중도하차하게 된 근본 책임은 용산에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에 휘둘린 여당 책임도 가볍지 않다.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집권당이라면 대통령실에 협조하면서도 건강한 긴장 관계를 맺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민심이 국정에 반영되고 결국 여권 전체에도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지리멸렬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당 모습에 국민의 실망이 크다.
부도덕하고 오만한 야당과 무능하고 무기력한 여당이 공존하면서 경쟁하는 게 우리 정치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앞으로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총선이 111일 남았다.
원재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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