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권위가 표결 대신 '합의'를 선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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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법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소위원회의 의사결정 과정을 어렵게 만들어 놨다.
소위원회가 보통 3명으로 구성되기에, 법 조항 대로면 단 1명의 의견만 달라도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
사건의 효율적인 처리를 위해 소위원회에 전원위원회의 업무를 위임하지만, 의결에 참여하는 위원 수가 대폭 줄어드는 만큼 소위원회에서 만장일치가 됐을 때만 소위원회의 결정을 인권위 최고 기구인 전원위원회(11명)의 결정으로 삼을 수 있도록 법이 설계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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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소위원회 회의는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국가인권위원회법 제13조2항)
국가인권위원회법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소위원회의 의사결정 과정을 어렵게 만들어 놨다. 소위원회가 보통 3명으로 구성되기에, 법 조항 대로면 단 1명의 의견만 달라도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 표결은 형식일 뿐 사실상 만장일치로 합의가 돼야 한다.
이에 따라 인권위의 각 소위원회는 출범 이후 22년간 만장일치로만 사건을 의결해 왔고, 만약 만장일치가 안 될 때는 내부 최고 의사 기구인 전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쳤다.
이처럼 소위원회 의결을 어렵게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달 송두환 인권위원장의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으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송 위원장은 '소위원회가 만장일치 결론을 내리도록 한 취지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본래 모든 사건은 전원위원회 소관이다. 그런데 다뤄야 할 사건이 워낙 많으니까, 소위원회를 구성해서 업무의 일부를 위임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11명이 심의할 것을 3명이 심의하게 되니까 전원 일치가 돼야 '그것은 전원위원회에 와도 어차피 그렇게 될 것이다'라고 신뢰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엔 전원위원회에 다시 돌아오는 것을 예상하고 이런 시스템을 구상한 것 아닌가 싶다."
사건의 효율적인 처리를 위해 소위원회에 전원위원회의 업무를 위임하지만, 의결에 참여하는 위원 수가 대폭 줄어드는 만큼 소위원회에서 만장일치가 됐을 때만 소위원회의 결정을 인권위 최고 기구인 전원위원회(11명)의 결정으로 삼을 수 있도록 법이 설계됐다는 것이다.
인권위 출범 이후 22년간 이러한 일관된 법 해석이 있었다. 인권 침해 피해자들이 인권위에 내는 진정은 이런 관행에 보호받으며 쉬이 기각되거나 각하 당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관행이 시험대에 올랐다.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을 비롯한 여권 추천 위원 6명이 지금의 해석대로라면 정족수 부족으로 가결도 부결도 아닌 상태가 계속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소위원회 표결 결과 3명 이상 인용이 아닌 경우, 기각 또는 각하해야 한다'는 의안을 제출했다. 사실상 '단순 다수결'을 도입하자는 의미다.
그러나 인권위가 그간 합의제를 통해 권위를 얻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다른 기관을 강제할 수단 하나 없는 '힘없는' 인권위의 권고라도 권력기관이 인권위의 결정을 무시 못 했던 이유는 서로 생각이 다른 위원들이 첨예한 토론 끝에 하나의 결론을 합의해 도출해 왔기 때문이다.
위원들은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 결정과 발언에 신중에 신중을 기했고, 의견이 다른 위원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숙의 과정이 쌓이고 쌓인 것이 인권위를 '인권의 최후 보루'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주춧돌이 됐다.
의사결정의 효율성보다 중요한 것은 느리더라도 생각과 이념을 초월해서 인권을 수호하는 일치된 결정을 만들어 내는 과정 그 자체다. 헌법과 국제인권법, 인권위법에 따라 그 기준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인권에는 좌우가 없다'라는 말을 되새길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f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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