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설경 그림[이은화의 미술시간]〈298〉

이은화 미술평론가 2023. 12. 2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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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은 기독교인뿐 아니라 지구촌 많은 이들이 기다리고 즐기는 기념일이다.

이왕이면 눈이 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게 된다.

대(大) 피터르 브뤼헐이 그린 '베들레헴의 인구조사'(1566년·사진)는 눈 내린 풍경을 묘사한 최초의 그림 중 하나다.

설경과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묘사한 최초의 풍경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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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은 기독교인뿐 아니라 지구촌 많은 이들이 기다리고 즐기는 기념일이다. 이왕이면 눈이 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게 된다. 대(大) 피터르 브뤼헐이 그린 ‘베들레헴의 인구조사’(1566년·사진)는 눈 내린 풍경을 묘사한 최초의 그림 중 하나다.

브뤼헐은 성경 이야기를 그가 살던 시대에 빗대 그리는 걸로 유명하다. 이 그림의 배경 역시 성경 속 베들레헴이지만, 실제로는 화가가 살았던 16세기 네덜란드의 일상 풍경이 펼쳐져 있다. 눈이 내린 겨울날 저녁 사람들이 왼쪽의 여관 건물로 모여들고 있다. 로마 황제의 명으로 호적 신고를 위해 고향에 온 사람들이다. 문 앞에서 서기관이 사람들의 인적사항을 기록하며 세금을 받고 있고, 창을 든 병사가 옆에서 지키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술통이나 장작을 수레에 싣거나 돼지를 잡아 요리를 하는 등 강추위 속에서도 각자의 생업에 열중하고 있다. 아이들은 얼음 위에서 팽이를 치거나 썰매를 타고 있고, 멀리 뒤쪽에 보이는 술집 앞에는 술을 마시러 온 남자들이 줄을 서 있다.

200명에 달하는 등장인물 중엔 마리아와 요셉도 있다. 전경 가운데 있는 이들은 나사렛을 떠나 지금 막 베들레헴에 도착했다. 당나귀를 탄 만삭의 마리아는 파란 망토를 머리까지 썼고, 목수의 톱을 어깨에 진 요셉은 나귀를 끌며 여관으로 향하고 있다. 머리에 후광도 없고 외모도 특별할 것이 없는 성모. 화가는 예수의 어머니조차 평범한 이웃의 모습으로 그렸다. 요셉은 저 많은 인파를 뚫고 여관방을 구할 수 없었다. 결국 눈 오는 그날 밤 허름한 마구간에서 아기 예수가 태어났다. 그러니까 화이트 크리스마스인 것이다.

이 그림은 분명 성경 이야기를 그린 종교화다. 하지만 일상생활의 장면을 보여주는 풍속화의 형식을 취했다. 설경과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묘사한 최초의 풍경화이기도 하다. 이렇게 서로 다른 세 장르를 한 화면 안에 동시에 보여주는 16세기 화가의 재능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은화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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