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보복운전 대응법
2017년 6월 일본 도메이고속도로에서 20대 남성이 모는 차가 40대 남성이 운전하는 승합차 앞에서 급정거를 반복했다. 그 직전에 두 사람은 휴게소에서 주차 문제로 가벼운 실랑이를 벌였는데 20대 남성이 고속도로까지 따라와 벌인 일이었다. 결국 4인 가족이 탄 승합차가 급정차하는 사이 뒤에서 대형 트럭이 덮쳤고 40대 남성과 아내가 숨지고 두 딸이 크게 다쳤다. 일본은 이 사건을 계기로 보복 운전 단속과 처벌을 크게 강화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소한 시비로 상대 운전자를 위협하거나 불안을 느끼게 하는 보복 운전이 빈번하다. 경찰에 신고한 건수만 한해 4000~5000건에 이른다. 형사정책연구원이 2020년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운전자 47%가 보복 운전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2021년엔 식품 기업 재벌가 부회장이 상대 차량을 앞질러 급정거해 차량을 파손하고 운전자를 다치게 한 일도 있었다. 보복 운전 피해를 당할 경우 특별 보험금을 준다고 홍보하는 자동차보험사가 있을 정도다.
▶평소 온순한 사람도 한순간에 도로의 난폭자로 돌변하게 만드는 원인은 무엇일까. 차 안에서는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생각에 평소보다 분노를 더 강하게 표출한다고 한다. 깜빡이를 쓰지 않고 끼어드는 것이 시비의 시작인 경우가 많다는 것도 놀랍다. 차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심리 때문에 깜빡이도 없이 갑작스럽게 들어오면 무시당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경적음 때문에 시작된 시비도 적지 않은데, 자동차 경적음은 사람 귀를 괴롭히는 3500Hz 안팎 소리여서 특히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결국 보복 운전은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생기는 것이다. 친이재명계로 꼽히는 이경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이 보복 운전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는 2021년 11월 서울의 한 도로에서 다른 차를 여러 차례 급제동으로 위협했다고 한다. 보복운전은 본인들은 물론 다른 운전자에게도 큰 위험이다. 그래서 도로교통법이 아닌 형법을 적용하고 7년 이하의 징역 등 엄벌에 처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은 혹시라도 보복 운전 원인을 제공했으면 비상등을 켜서 사과하라고 했다. 그래도 보복 운전을 당할 경우엔 절대 맞대응하지 말고 블랙박스 등으로 영상을 확보해 신고하라고 했다. 일본 분노관리협회가 제시한 방안이 더 현실적이다. 화가 나면 6초만 참으라고 했다. 분노라는 감정이 발생하고 뇌 전두엽에서 이성이 발동하기까지 대략 6초가 걸린다고 한다. 이성이 작동하면 보복 운전 같은 위험한 짓은 차마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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