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신이민·난민 협정’ 합의…난민 부담 나눠 진다

선명수 기자 2023. 12. 20.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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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아프리카 인접국 숨통…거부 땐 1명당 3천만원 내야

유럽연합(EU)이 3년여에 걸친 논의 끝에 난민 심사 및 회원국별 부담 분배 원칙을 정한 ‘신이민·난민 협정’을 20일(현지시간) 합의했다.

EU 이사회 의장국인 스페인은 이날 “EU 회원국과 의회, 집행위원회 대표가 밤샘 협상을 거쳐 신이민·난민 협정의 정치적인 핵심 요소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정은 그리스·이탈리아 등 지중해를 통해 아프리카·중동발 난민이 대거 유입되는 EU 회원국에 부담이 쏠리지 않도록 부담을 나누는 것을 골자로 한다.

회원국의 ‘의무적 연대’라고 명명된 ‘이주·난민 관리규정’은 회원국 중 일부가 대규모 난민 유입에 따른 부담이 발생할 경우 다른 회원국이 일정 수의 난민을 분담해 받아들이도록 했다. 난민 수용을 거부할 경우 난민 신청자를 본국으로 송환하는 대신 그 수에 따라 EU 기금에 돈을 내야 한다.

수용 난민 신청자의 수는 연간 3만명, 수용 거부에 따른 기금 납부 금액은 난민 1명당 2만유로(약 3000만원)로 잠정 결정됐다.

난민 유입을 줄이고 심사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사전 심사 규정도 정비했다. 이 규정은 EU의 입국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난민 신청자의 신원 확인과 생체 데이터 수집, 건강 및 보안 점검 등 입국 전 심사 절차를 최대 7일 동안 받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난민 심사 단계에선 통상 수개월이 소요되는 기존 절차 외에 상대적으로 승인율이 낮은 국가에서 온 난민 신청자는 국경에서 최장 12주가 걸리는 패스트트랙 과정으로 심사해 송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앞서 EU는 난민 관련 원칙을 규정한 더블린조약이 더 이상 대규모 난민 유입 문제에 대응하지 못한다고 보고 2020년 9월부터 협상을 벌였다. 더블린조약은 EU에 도착한 난민은 처음 입국한 국가에서 난민 신청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지중해를 건너 연간 수십만명씩 난민들이 도착하자 일부 국가가 다른 회원국으로 이들을 ‘밀어내기’ 하는 일도 발생했다.

지중해 난민의 첫 도착지인 이탈리아 정부는 “큰 성공”이라며 이번 합의를 환영했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일제히 이번 합의를 비판하고 나섰다.국제앰네스티는 “이번 합의로 난민 신청자들은 이주 여정의 모든 단계에서 고통이 급증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합의에 따라 유럽 국경에 구금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며, 이는 EU 내 난민 신청자와 이주민의 권리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117개 시민사회단체 연합인 유럽난민협의회도 이번 합의를 “유럽의 암울한 날”이라고 비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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