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이민 문턱 더 높아진다…생체 판독에 구금 기간도 길어져(종합)

권진영 기자 2023. 12. 20.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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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지위 부여 가능성 낮다고 판단되면 더 빨리 돌려보내기로
이탈리아·그리스 등에 몰리는 난민은 서류 재배치로 부담 경감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 건물 앞에서 EU기가 휘날리고 있다. 2023.11.8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유럽연합(EU)이 망명 신청자와 이민자 관리에 관한 법률 정비에 합의했다.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이민법 개정안에는 비정규 입국자에 대한 신속한 심사 및 국경 구치소 설립, 거부된 망명 신청자에 대한 신속한 추방과 더불어 난민이 대규모로 유입되고 있는 유럽 남부 국가와의 연대 방안 등이 담겼다.

EU 의장국으로서 오랜 기간 협상을 주도해 온 스페인은 트위터를 통해 "EU의 새로운 이민 및 망명에 관한 조약의 5개 파일에 대해 정치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유엔 난민 최고 책임자인 필리포 그란디도 "매우 긍정적인 조치"라며 "이제 실행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개정안은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바뀌었고 앞으로 유럽 이민은 어떻게 달라질지 짚어본다.

◇더 까다로워진 심사

새 EU 망명 및 이주 협정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EU 회원국에 입국하는 이민자들은 신원·건강·보안 검사에 더해 얼굴 및 지문 생체 인식 판독을 받게 된다. 최대 7일이 소요될 수 있는 절차다.

단 아동은 특별 대우를 받게 된다. 회원국에게는 심사 과정에서 아동의 권리가 보호될 수 있도록 독립적인 감시 체계를 마련하도록 했다.

이같은 심사 절차의 목적은 신속히 처리돼야 하는 망명자와 일반 망명자를 구분하거나, 출신국 및 경유지로 돌려보내야 하는 이민자를 구분하는 것이다.

◇이민 인정 가능성 작으면 더 빨리 돌려보낸다

앞으로 난민 등 보호 지위를 받을 가능성이 낮은 망명 신청자에 대한 절차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보호 지위를 받을 가능성이 낮은' 이들은 망명 신청자의 평균 80%가 이민을 거부당하는 국가 출신자로 정의된다. 튀니지·모로코·방글라데시 국적자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절차 간소화에 따라 이들은 EU의 '외부 국경'에서 멀지 않은 국경·항구·공항 등에서 처리되며, 망명 신청의 근거가 없거나 허용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나오면 신속히 돌려보내진다.

이 경우, 구치소를 이용해야 하지만 거주 내 구금과 같은 대체 조처를 적용할 수 있다. 구금 인원은 한 번에 최대 3만 명까지이며, EU는 연간 최대 12만 명의 이주민이 이같은 구치소를 거칠 것으로 예상한다.

심사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이주민 및 망명 신청자는 EU에 입국한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또 동행이 없는 미성년자 및 12세 미만 자녀가 있는 가족은 '안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대상으로 분류된다.

◇이민자 몰리는 국가들과는 연대 대응

이번 개정안은 주로 이민자·난민·망명자가 몰리는 국가가 사건 처리를 도맡는 이른바 더블린3 메커니즘을 개혁한다.

최근 몇 년간 이탈리아·그리스·몰타 등은 육·해로를 통해 건너온 많은 이민자들을 받아들여야 했고, 이는 해당 국가들에게 부담이 됐다.

개정안은 망명 신청자에게 대학 학위나 졸업장을 수여한 EU 국가가 망명 신청자의 서류를 인수하도록 수정했다. 즉 서류 처리 담당국을 재배치하는 것이다.

아울러 의무적 연대 메커니즘을 통해 모든 회원국이 외곽 국가에 도착하는 일정 수의 망명 신청자를 수용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효력을 부여했다.

이때, 망명 신청자 수용을 거부하는 국가는 대신 금전적·기타 물질적·인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기여 수준은 해당 국가의 인구·국내총생산(GDP)·망명 신청 건수에 따라 결정된다.

이같은 재배치 제도는 연간 최소 3만 명에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며, 처리 절차를 담당한 국가는 망명 신청을 거부할 경우, 신청자 한 명당 2만 유로(약 2900만 원)를 지불해야 한다.

◇이민·망명자 급증 대응 마련

갑작스러운 이민자 급증에 대비하기 위한 긴급 대응책도 마련하게 된다. 지난 2015~2016년 시리아 및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피해 난민들이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온 것과 같은 사태를 염두에 둔 조처다.

이같은 경우 EU 회원국들은 망명 신청자들에 대한 보호 조치를 축소해 EU 외부 국경에 있는 구치소 등 시설에 더 오래 구금할 수 있다.

EU 회원국들은 외부 국가들에 의한 '도구화'된 이주민 유입도 견제해야 한다. 일례로 벨라루스와 러시아는 EU를 불안정하게 만들기 위해 이주민들이 국경을 넘도록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안전한 제3국 개념 허용

앞으로 망명 신청자를 심사할 때는 '안전한 제3국'이라는 개념이 허용된다.

망명 신청자가 충분히 보호 요청을 할 수 있을 만큼 안전하다고 간주되는 국가를 경유해 EU에 진입하려는 경우, EU 이민 신청은 거부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단 이 조항이 발동되려면 망명 신청자와 경유 국가 사이에 '연결 고리'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26일 (현지시간) 그리스 이도메니 근처에서 모로코 난민이 마케도니아 국경을 통과를 허락해 달라며 마케도니아 경찰에게 손을 빌면서 애걸하고 있다. 수백명의 모로코인,알제리인,파키스탄인들은 북유럽 국가 입국을 요구하며 그리스-마케도니아 국경으로 몰려들고 있다.ⓒ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23일 (현지시간)그리스 이도메니 근처 벌판에서 오갈데 없는 파카스탄 난민들이 모닥불을 쬐며 추위를 피하고 있다. 발칸국가들은 중동과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에게는 통행증을 발급하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인들은 다른 지역으로 되돌려보내는 등 난민의 유럽 유입을 인종별로 선별하기 시작했다.ⓒ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처럼 더 깐깐해진 이민·망명 절차에 구조 자선단체 씨워치(Sea-Watch)는 "더 많은 생명이 바다에서 생명을 잃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사적 실패이며 유럽 우파 정당에 대한 굴복"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도 덧붙였다.

유엔에 따르면 올해에만 북아프리카와 이탈리아, 몰타 사이의 중앙 지중해를 건너려다 숨진 난민은 2200명 이상이다.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이주 경로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씨워치는 기타 단체들과 서명한 성명서를 통해 EU의 개정안이 "전환점이자 유럽 국경의 인권과 고통에 대한 무시를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혹평했다.

19일(현지시간) 그리스 레스보스 섬 해변위로 유럽국경감시기구 프론텍스 비행기 아래 빽빽하게 탄 뗏목 뒤를 난민이 수영을 하며 따라가고 있다. 최근 발칸 국가들은 중동과 아프간 난민들에게는 통행증을 발급하고, 아프리카와 아시아 난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돌려보내는 등 유럽 입국 난민들을 분리 대응하기 시작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9일 (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에서 화가 2명이 그리스로 가던 중 지중해에서 숨져 터키 해변에서 발견된 2살짜리 시리아 난민 어린이인 에일란 쿠르디의 벽화를 그리고 있다.ⓒ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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