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라더니 ‘벌떡’... 산재 받은 나이롱 환자들
병원에서 일하는 A씨는 집에서 넘어져 다쳤다. 그런데 병원 관계자에게 ‘사무실에서 넘어졌다’고 진단서를 써달라고 했다. 결국 A씨는 일하다가 다친 것도 아닌데 산업재해(산재) 보상금 5000만원을 챙겼다. B씨는 추락 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고 15년 넘게 산재 보상금을 받아왔다. 그러나 B씨가 평소 혼자 걸어다닌다는 제보를 받고 정부가 재조사해보니, 휠체어 없이 걷고 쪼그려 앉을 수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산업 재해와 관련 없거나 다친 정도를 과장한 이른바 ‘나이롱환자’들이 대거 적발됐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실시한 ‘산재 보험 부정 수급’ 감사에서 의심 사례 320건 중 178건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고, 117건의 부정 수급 사례를 적발했다. 정부가 적발한 부정 수급액은 60억3100만원에 달한다. 노동부는 올해 국정감사 등에서 산재 부정 수급자가 많아 보험 재정이 줄줄 샌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감사에 착수했다.
대표적 부정 사례가 산재가 아닌데도 산재로 꾸민 것이다. 오토바이 배달을 하는 C씨는 배달 일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며 1000만원을 받았다. 실제로는 술에 취해 오토바이를 몰다가 자신의 과실로 넘어진 것이었다. 산재 보상금이 장해 등급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팔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며 요양 병원 등에 장기 입원하고 있지만 지켜보는 눈만 없으면 스스로 거동한다는 것이다.
산재를 당했다며 휴업 급여를 받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 이름으로 일하고 월급을 챙긴 사례도 적발됐다. 배달 일을 하는 D씨는 오토바이를 타다 넘어져 어깨관절 염좌로 휴업 급여 4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요양 기간 중에도 배달 일을 계속하며 다른 사람 명의를 빌려 임금까지 받았다.
고용부는 이번 감사에서 6개월 이상 보험금을 받은 요양 환자가 전체 환자의 47.6%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1년 이상 환자도 29.5%였다. 보험금을 주는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심사를 할 때 진료 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선 99% 승인해줬다고 밝혔다. 정부는 근로복지공단에 장기요양 환자가 제출한 진료계획서를 재심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랬더니 1539명 중 419명에 대해 치료를 종결하라는 결정이 나왔다.
정부는 적발한 부정 수급 사례에 대해 부당이득 징수, 장해 등급 재조정, 형사 고발 등 조치를 할 예정이다. 당초 11월 30일이었던 감사도 한 달 연장해 이달 말까지 진행한다. 감사 후엔 전문가가 참여하는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제도의 구조적 문제도 개선할 방침이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산재 부정 수급과 제도 미비는 기금의 재정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고, 결국 미래 세대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며 “철저히 조사해 부정수급을 포함한 산재 보상 관련 부조리를 발본색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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