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 징글벨 타령
성탄 시즌이면 “징글벨 징글오두벨~” 오두방정을 떨며 신나게 부르는 캐럴 타령. 늙은 무당할매가 누구 한을 풀어주려나 흔드는 방울 소린가. 착한 아이 선물 들고 달려가는 순록의 방울 타령인가.
교회에 머물 땐 연말이면 좔좔좔 외울 만큼 팻분의 캐럴을 틀어놓고 지냈었다. 요샌 눈이 내려야 살짝 꺼내 분위기를 잡아본다. 근사한 스팅의 캐럴집 ‘어 윈터스 나이트’, 또 추억의 경음악단 폴 모리아. 명반 <어떤 날 1>의 ‘겨울 하루’도 좋지. “지루한 겨울 낮잠 깨어보니 집에는 아무도 없고….” 직직 끓는 엘피 도는 소리.
엊그제 오랜 인연인 한국대중가요연구소 최규성 샘의 주선으로 LP 발매 전문 음반사와 만났다. 여행 중에 듣던 노랠 엮어 음반 한 장 펴내기로 했어. 방바닥에 음반들을 조르라니 펼쳐놓으니 머리가 하얘졌다. 어떻게 몇 곡만 고른단 말인가. 다 좋은데~ 이 노랜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은데. 겨울에 들을 만한 노래도 어디 없을까.
하루는 반짝이 트리 전구를 감고, 선후배 벗들을 초대해 조촐한 송년회를 내 거처에서 가졌다. 대학 노래패 출신인 형이 자작 노래 ‘곶감’을 들려주었고, 노랠 따라 부르면서 진짜 맛난 곶감을 먹었지. 한 누이가 곶감 속에다 견과류를 잔뜩 집어넣어서 가져왔더라. 징글벨 타령으로 마무리를 지으려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오밤중. 쉿~ 새들이 자다 깬다잉.
요새 자꾸 운동권이 어쩌고 시비를 걸덩만. 운동 안 하면 죽어요. 혼자 밤마당을 뱅뱅 돌며 소화 운동. 눈이 수북이 쌓여서 발자국으로 쓴 글씨는, 메리 크리스마스. 아침에 새들이라도 내 마음을 읽겠지? 새들의 지저귀는 캐럴을 들으면 보답해야지. 귤이라도 반쪽 나눠 먹을까. 사랑하고 노래하며 살기에도 부족한 짧은 생이렷다.
임의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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