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판매 ‘1조’ 찬란한 신화 뒤엔…가격 ‘블랙홀’·소극장 ‘암전’
코로나 때보다 실적 300% 증가
최정상 오케스트라 내한 경쟁에
조성진·임윤찬 등 줄줄이 ‘경사’
대극장 연극·뮤지컬 중심 흥행
‘오페라의 유령’은 최고 19만원
대학로 대표 소극장 ‘학전’ 폐관
올해 공연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 훨훨 비상했다. 특히 클래식·뮤지컬·연극은 대형 공연들이 잇달아 무대에 오르며 공연시장의 호황기를 견인했다. 하지만 대극장과 스타 출연자에 관객 수요가 몰리면서 ‘양극화’의 어둠도 짙어진 모습을 보였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을 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 공연시장의 티켓 판매액은 8295억원에 달한다. 연말 매출까지 합하면 역대 최고를 기록한 지난해(9725억원)를 넘어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올해 상반기 공연시장을 분석한 보고서에 “모든 실적 면에서 (코로나19 시기인) 2020~2022년 대비 최대 300% 이상 증가했다”고 적었다.
꿈 같은 클래식 무대들
올해는 클래식 팬들이 꿈에 그리던 무대가 줄줄이 이어졌다. 특히 가을에는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들이 ‘내한 러시’를 벌였다. 코로나19 기간에 잡혔다가 취소된 공연들이 한꺼번에 몰린 것이다. 10월에는 27살 나이에 세계적인 스타 지휘자로 떠오른 클라우스 메켈레가 오슬로 필하모닉을 이끌고 한국 무대에 올랐다. 11월에는 ‘세계 최고’를 다투는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로열콘세르트헤바우(RCO)가 모두 내한했다. 베를린필 공연의 최고 등급 좌석인 R석 가격은 55만원으로 역대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올해 초부터 명문 오케스트라들의 내한은 끊이지 않았다. 3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밤베르크 심포니, 4월 브레멘 필하모닉, 5월 샹젤리제 오케스트라, 6월 로테르담 필하모닉이 한국을 찾았다. 11월 지휘자 정명훈은 뮌헨 필하모닉 내한 공연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세계적 스타 연주자들의 무대도 풍성했다. 4월에는 세계 최고 오르가니스트로 꼽히는 올리비에 라트리, 5월에는 ‘세계 3대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과 힐러리 한의 무대가 있었다. 6월에는 ‘현존 최고의 베토벤 전문가’ 루돌프 부흐빈더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이라는 대장정을 펼쳤다. 9월 지휘자 장한나와 첼로 스승인 미샤 마이스키가 11년 만에 함께 한국 무대에 섰고, 10월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의 독주회가 열렸다. 12월에는 ‘제2의 글렌 굴드’ 비킹구르 올라프손이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선보였다.
세계적 명성의 테너 이용훈은 20년 넘게 유럽과 미국에서만 활동하다 10월 오페라 <투란도트>로 비로소 한국 무대에 데뷔했다. 다만 전체적으로 기악에 비해 성악 공연의 인기는 낮았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팬데믹 기간 중 클래식 분야로 새로 유입된 젊은 관객들의 성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스타 피아니스트 조성진·임윤찬에게는 ‘경사’가 터졌다. 조성진은 한국인 최초로 베를린필 상주음악가로 선정됐다. 부상당한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의 ‘대타’로 처음 협연 기회를 얻은 지 6년 만에 초대를 받는 수준에 오른 것이다. 임윤찬은 클래식 명문 음반사 ‘데카’와 레코딩 전속 계약을 맺었다. 내년 봄 공식 데뷔 앨범을 낸다.
한국 연주자들은 올해도 유명 국제 콩쿠르의 주인공이었다. 6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선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 첼리스트 이영은, 테너 손지훈이 우승했다. 8월 지휘자 윤한결은 젊은 지휘자들의 등용문이라 불리는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9월 비올리스트 이해수는 독일 최고 권위의 ARD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발레 분야에선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인 강미선이 최고 영예인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을 받았다. 강수진(1999년), 김주원(2006년), 김기민(2016년), 박세은(2018년)에 이어 다섯 번째 한국인 수상자의 영광을 품에 안았다.
뮤지컬·연극 ‘호황’, 소극장 위기 극심
뮤지컬은 공연 분야 전체 티켓 판매액의 절반을 차지하며 호황기를 이어갔다. 판매액 상위 10개 작품은 모두 1000석 이상의 대극장 무대에 올랐다. <오페라의 유령> <레베카> <물랑루즈> <맘마미아> <멤피스> 등 해외 라이선스 작품이 흥행의 주역이었다. 한국 창작 뮤지컬의 스테디셀러 <모차르트!> <그날들> <영웅> 등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연극 분야에서는 배우 김유정이 출연한 <셰익스피어 인 러브>, 배우 박해수가 출연한 <파우스트>가 흥행 1, 2위였다. 티켓 판매액만 보면 서울 대학로 소극장(300석 미만)의 ‘오픈런 공연’이 활성화되면서 대극장(1000석 이상)을 제쳤다. 하지만 ‘오픈런 공연’을 제외하면 상당수의 소극장은 높은 임대료에 시달리며 위기에 처했다. 대학로를 든든히 지키며 수많은 배우와 가수를 배출한 소극장 ‘학전’은 김민기 대표의 건강 악화와 경영난에 내년 폐관하기로 결정했다.
대극장 무대에 유명 배우가 출연하는 ‘흥행 공식’이 여전해 티켓 가격은 올해도 치솟았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VIP석은 19만원,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VIP석은 11만원으로 각 분야 최고가를 경신했다.
올해도 ‘별’은 지네
올해도 한국 공연계를 빛낸 ‘별’들이 세상을 떴다. ‘한국 무용의 르네상스’를 이끈 거장 무용가 김백봉이 별세했다. 김백봉은 한국 근대 무용을 개척한 최승희의 제자이자 동서로, 한국 무용을 대표하는 ‘부채춤’과 ‘화관무’를 창시했다.
가요 ‘향수(鄕愁)’를 부르며 클래식 음악을 대중에 알린 ‘국민 테너’ 박인수 전 서울대 교수, 박인수·엄정행과 ‘한국의 원조 3대 테너’로 불린 신영조 한양대 명예교수도 작고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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