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가라앉은 경매 시장…‘K아트’는 날개 달고 ‘훨훨’
경기 침체에 미술품 관심 식어
프리즈 서울·키아프는 ‘북적’
호퍼·장욱진·김환기전 인기
2023년 한국 미술계는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갔다. 미술시장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맞물려 전년에 비해 매출과 낙찰률 모두 감소하며 가라앉았다. 하지만 ‘K컬처’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상승한 가운데 한국 미술에 대한 주목도는 높아졌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가 미술시장을 숨죽이게 만들었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가 분석한 미술시장 리포트를 보면 지난 3분기 국내 미술 경매 시장 낙찰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55% 줄었다. 상반기만 놓고 보면 하락세는 더 가파르다. 올해 상반기 양대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낙찰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4%, 39% 감소했다. 금리가 높아지면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미술품보다 수익을 낼 수 있는 채권이나 예·적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술품 경매 시장은 차가웠지만,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식은 것은 아니었다. 지난 9월 나란히 열린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키아프는 성황을 이뤘다. 올해로 제2회를 맞은 국제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엔 지난해보다 많은 입장객 7만명이, 국내 대표 아트페어 키아프엔 프리즈 서울보다 하루 더 문을 열어 8만여명이 찾았다. 양 아트페어 모두 행사 기간 동안 판매한 미술품 거래액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실적은 알 수 없다. 프리즈 서울에선 데이비드 즈워너가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580만달러(약 77억원)에, 타데우스 로팍은 게오르그 바젤리츠 작품을 120만달러(약 15억7000만원)에 판매했다.
‘K아트’의 해외 진출이 도드라졌다. 미국 뉴욕의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은 지난 9월부터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전시를 열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구겐하임미술관이 공동 기획해 1960~1970년대 활동한 한국 실험미술 작가 29명을 소개하는 전시로,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서울에서 먼저 선보인 후 미국을 찾았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올해 한국실 개관 25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를 시작했으며, 한국미술 담당 큐레이터를 신설해 영구직으로 운영키로 했다. 매년 유명 현대미술 작가들의 조각 작품으로 외관을 장식하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외관에 설치할 조각 작품을 이불 작가에게 맡겼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 한국 작가에게 의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밖에도 필라델피아미술관이 ‘1989년 이후 한국미술’을 주제로 한 전시를 지난 10월 개막했다. 샌디에이고미술관은 첫 한국미술 주제 기획전 ‘생의 찬미’를 열고 있다.
해외 유명 작가와 한국 근현대 인기 작가들의 전시가 흥행을 이뤄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방증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에드워드 호퍼 : 길 위에서’ 전시엔 관객 33만명이 찾았다. 2019년 같은 미술관에서 열린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의 30만명 관객 기록을 넘어섰다. 리움에서 열린 ‘미술계의 악동’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전시 ‘WE’도 관객 25만명을 끌어들이며 리움 개관 이래 최대 관객을 동원했다. 바나나를 테이프로 벽에 붙여 놓은 ‘코미디언’, 죽은 말의 박제를 천장에 매단 ‘노베첸토’ 등 블랙유머와 냉소로 가득 찬 작품들이 화제를 모았다.
장욱진·김환기 등 한국을 대표하는 근현대 작가들의 전시도 인기를 끌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의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은 현재까지 17만명이 찾았고, 호암미술관의 김환기 회고전 ‘한 점 하늘-김환기’엔 15만명이 찾았다.
한편 지난 10월 한국 단색화를 대표하는 박서보 작가가 9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박서보는 한국 단색화를 세계에 소개하는 데 앞장섰으며, 교육가로 후학을 양성하고 미술행정가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지난 5월 광주비엔날레의 ‘박서보 예술상’이 “광주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예술인과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폐지되는 등 명암이 교차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지난 4월 사의를 표명하고 중도 퇴임해 그 배경을 두고 구설이 일었다. 문재인 정권 시절 재임명된 윤 전 관장이 사퇴 압박을 받았다는 해석, 미술관 내부 조직관리 문제에 책임을 진 자진 사퇴라는 해석 등이 제기됐다. 김성희 전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가 지난 9월 국립현대미술관장을 맡았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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