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 값진 50만…김해숙·신민아 '3일의 휴가' 힐링 레이스
조연경 기자 2023. 12. 20. 22:10
의미 있는 분노가 점령한 시대, 틈바구니 속 소소한 힐링의 시간도 뜻 깊게 마주했다.
하늘에서 휴가 온 엄마 복자(김해숙)와 엄마의 레시피로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 진주(신민아)의 힐링 판타지 영화 '3일의 휴가(육상효 감독)'가 잔잔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와 진정성 넘치는 이야기로 5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사로 잡았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6일 개봉한 '3일의 휴가'는 19일까지 누적관객수 46만5238명을 기록했다. 박스오피스 순위는 '서울의 봄(김성수 감독)'의 뒤를 잇는 2위로, '서울의 봄'과는 대척점에 있는 분위기와 장르를 통해 한국 영화가 자랑하는 다양성의 저력을 확인 시켰다.
또한 성적만 따진다면 극장가에 분노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며 1000만 레이스를 달리고 있는 '서울의 봄'에 비해 단연 태산에 곁들여진 티끌 정도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사이에서 오히려 50만 관객이나 사로잡은 따뜻한 레이스는 단순 수치로는 따질 수 없는 별개의 의미를 지닌다.
'3일의 휴가'는 최근 다 채널을 통해 공개 된 다소 자극적인 장르에 길들여진 관객들에게 잠시나마 분위기를 환기 시켜 줄 수 있는 작품으로 주목 받았다. 특히 특별한 휴가를 받아 지상에 내려온 엄마 복자 역의 김해숙, 그의 딸 진주 역의 신민아가 엄마와 딸이라는 모녀 관계를 보편적이면서도 신선한 형식으로 그려내 공감대를 높였다.
국민 엄마 김해숙의 얼굴만 봐도 신뢰가 가는 연기, 특유의 사랑스러운 매력에 도시적인 이미지는 물론 정 반대의 따뜻한 모습까지 한층 깊이 있는 열연을 펼친 신민아의 인간미 넘치는 성숙함과, 복자의 특별한 휴가를 돕는 가이드 강기영, 진주의 단짝 친구 미진 역의 황보라가 전한 유쾌함은 작품의 본질을 한층 끌어 올렸다.
배우 못지 않은 주인공 음식, 집밥이라는 매개체 역시 그 소재 만으로 힐링의 감성을 전해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꺼내보고 싶은 작품'이라는 호평을 뒤따르게 했다. 당연히 눈물샘을 자극할 것이라 예견 되지만, 반전 아닌 반전의 흐름은 예상과는 또 다른 감동으로 관객들을 먹먹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했다.
고마운 입소문이 있었기에 50만 관객과의 만남이 더 소중할 수 밖에 없다. 실관람객들은 '눈물 날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더 펑펑 울었다. 그리고 그 만큼 내 마음이 충만하게 따뜻해진 느낌이다' '잔잔한 감동이 큰 여운으로 남겨진 작품' '추운 겨울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는 영화' 등 반응을 보였다.
또 '엄마랑 영화관 데이트 하기 너무 좋았다' '웃다가 울다가 난리. 휴지 필참' '늦기 전에 효도해야지' '배우들의 연기 덕분에 더 빠져 들었다' '혹시 개봉 시즌 극장에서 못 봤더라도 언젠가 꼭 한 번은 관람하길 추천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20일 '노량: 죽음의 바다(김한민 감독)' 개봉과 함께 사실상 상영 레이스의 막을 내리게 될 '3일의 휴가'. 촬영 후 개봉까지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기에 짧은 만남에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지만 50만 관객에 대한 감사함과 함께 누군가에게는 인생 영화로 남았길 희망한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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