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이민 문턱’ 높였다…장관 사직 등 정국은 ‘혼란’
미등록 이민자 추방 강화
극우선 “이념적 승리” 반색
중도파 균열…내각도 반발
프랑스에서 이민 문턱을 대폭 높이는 내용의 이민법 개정안이 진통 끝에 의회를 통과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재선 후 핵심 과제로 추진해 온 개정안 통과에도 중도좌파 균열로 국정장악력 약화의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AFP·로이터통신 등은 19일(현지시간) 프랑스 의회가 이민자 규정을 강화하는 법안을 최종 승인하며 마크롱 대통령에게 정책적 승리를 안겼지만, 중도파 다수의 균열이라는 후폭풍을 남겼다고 보도했다. 중도 우파가 주축인 상원은 이날 이민법 개정안을 투표에 부쳐 찬성 214표, 반대 114표로 가결했다. 이어 하원도 이날 밤 찬성 349표, 반대 186표로 이민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마크롱 정부는 당초 노동력이 부족한 분야에서 일하는 이민자들의 거주 허가 조치를 완화하고 미등록 이민자 추방은 강화하는 ‘당근과 채찍’ 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협상하는 과정에서 극우 정당의 요구가 대폭 반영됐다.
이날 통과된 개정안은 외국인 부모 사이에 태어나 성년이 된 사람에게 자동으로 프랑스 국적을 주던 제도를 없애고 16∼18세 때 국적 취득을 신청하도록 했다.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프랑스 태생의 외국인은 귀화가 불가능해지며, 경찰 등 공권력을 상대로 살인 범죄 등을 저지른 이중국적자의 국적 박탈도 허용된다. 또 가족 이민·학생 이민 조건을 강화하고, 2012년 폐지된 ‘불법 체류 범죄’도 복원시켜 3750유로의 벌금과 3년간의 프랑스 입국 금지에 처한다. 아울러 의회에서 매년 망명을 제외한 이민자 쿼터를 논의하도록 했다.
쓰레기 수거, 배달, 건설 등 인력 부족 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체류 허가 조건도 까다로워졌다. 개정안은 이들에게 1년 거주를 허가하기로 했는데, 조건은 3년 이상 프랑스 거주, 최근 2년 중 1년 이상 취업 상태 유지 등으로 제한했다. 거주 허가는 2026년 말까지 한 해 7000~1만명에게만 발급될 예정이다.
외신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집권 2기의 핵심 과제였던 이민법 개정의 성공에도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1일 하원이 법안 심의도 하기 전에 거부권을 행사하자 우파 진영과 타협하는 과정에서 극우 정당들의 요구가 대폭 반영됐고, 이에 중도파가 분열을 보였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반대했던 우파와 극우 진영은 정부안보다 강화된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하자 환영하고 나섰다.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는 한층 강화된 이민법이라며 “이념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반면 야권에서는 마크롱 정부가 우경화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며 후폭풍이 거세다. 파비앙 루셀 공산당 대표는 표결 전 “(이번 법안은) 극우 정당의 반이민 전단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의원들에게 부결을 요청했고, 인권단체들은 망명자들의 권리를 크게 위협하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내각도 반발하며 파장이 일고 있다. 오렐리앵 루소 보건부 장관은 이날 법안 표결 전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에게 법안 통과 시 사의를 표할 뜻을 전했다. 루소 장관 외에 다른 장관 4명도 사의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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