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첫 사업 ‘협동정미소’ 여기였네
‘창원시 회원동 403번지’ 명시
연구원 “복원보단 안내 우선”
삼성그룹 호암 이병철 창업회장(1910~1987)의 첫 사업지인 마산 협동정미소의 위치가 특정된 자료가 처음으로 발굴됐다. 이곳은 그가 대구에서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를 설립하기 전 첫 사업지로, 현재 휴대전화 판매업체가 영업하고 있는 곳으로 확인됐다.
박영주 경남대 박물관 비상임연구위원은 1938년 9월20일 오사카 ‘일만공업신문사’에서 펴낸 <만지선 상공명감 쇼와13년판>에서 ‘마산 협동정미소’의 이름을 찾았다고 20일 밝혔다. ‘만지선 상공명감’은 만주와 중국, 조선의 상공과 관련된 이름들을 정리한 책이다.
박 연구위원이 공개한 자료에는 마산 협동정미소의 주소가 ‘창원군 내서면 회원리 403번지’(현재 창원시 회원동 403번지)로 명시돼 있다. 대표직은 박정원씨로 이병철 회장의 동업자이다. <만지선 상공명감>이 발행된 시점(1938년 9월)은 이 회장이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설립(1938년 3월)한 이후다.
발견된 자료를 종합하면 이 회장은 1936년 이곳에 협동정미소를 설립해 1년6개월가량 동업자 3명과 운영하다가 동업자인 박정원씨에게 대표직을 물려주고 대구로 향했다. 이 회장은 당시 2년가량 마산에 있으면서 정미소(협동정미소)와 운수업(일출자동차), 부동산업(경남부동산) 등 3개 업종을 운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후 만주에 갔다가 대구로 와서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를 설립했다.
창원시정연구원 창원학연구센터는 지난 15일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 최초 사업장 위치 검증 및 관광자원화 방안’ 포럼을 개최했다. 당시 포럼에서는 “이 회장의 최초 사업장인 마산 정미소를 찾아서 관광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박 연구위원은 “정미소는 무거운 기계가 많기 때문에 쉽게 위치를 옮기기 쉽지 않기에 회원리 403번지가 이 회장의 첫 사업지일 가능성이 크다”며 “필지와 지번 확인 등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포털 지도에 주소를 확인해 보니 현재 통신업체가 영업하고 있다”며 “정미소 복원보다는 표지석·안내판 등을 설치해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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