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민 치킨집’으로 불똥 튄 성소수자 갈등
최근 놀이공원과 도서관 등 미국인 일상 공간에서 성소수자 이슈를 두고 보수·진보 진영 간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가운데, 불똥이 미국의 ‘국민 치킨집’으로 튀었다. 뉴욕주 의회가 고속도로 영업 음식점의 주 7일 영업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하자, 성소수자 반대 진영을 후원해온 닭고기 패스트푸드점 ‘칙필레이’를 겨냥한 표적 법안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이 식당 체인의 창업자는 다른 주말 영업 경쟁을 포기하면서까지 일요일 휴무 방침을 창업 때부터 고수했다. 일요일이 휴식과 예배의 시간이라는 이유에서였다.
20일 USA투데이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토니 사이먼 등 뉴욕주 의회 소속 민주당 의원 4명은 터미널과 역 등 교통시설과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입점한 식음료 업체는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주 7일 영업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얼핏 성소수자 권익과 전혀 무관해 보이는 법안이다. 그러나 이 법안이 겨냥한 대상은 뉴욕주 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점포 9곳을 운영하고 있는 칙필레이라는 주장이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칙필레이는 미국 대형 패스트푸드점 중 드물게 일요일 영업을 하지 않고 있어, 이 법안이 통과되면 고속도로 영업점 장사를 그만두거나 사규를 바꿔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뉴욕주 의회는 진보당인 민주당(102석)이 보수당인 공화당(48석)을 압도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 23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칙필레이는 매출 기준으로 미국 3위 패스트푸드점이다. 세계적으로도 인지도가 높은 KFC보다도 매출이 많다. 1946년 애틀랜타 근교에서 창업주 새뮤얼 트루엣 캐시(1921~2014)가 ‘드워프 그릴’이라는 이름의 허름한 가게로 시작한 뒤 뼈 없는 닭고기 가슴살 샌드위치와 독창적 풍미의 소스 등을 히트시키면서 급성장했다. 깐깐하고 세심한 식자재·가맹점 관리와 활발한 사회 공헌, 직원들에 대한 파격 대우 등으로 ‘건실하고 믿음 가는 패스트푸드점’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놓치지 않는다.
창업자 캐시에 이어 2013년 경영권을 물려받은 아들 댄 캐시도 이 원칙을 철칙으로 지키고 있다. 캐시 부자(父子)는 동성 결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혔고, 성소수자 반대 단체에 거액을 기부했다. 이 때문에 친민주당 성향의 성소수자 진영은 칙필레이를 눈엣가시처럼 여겨왔다. 미국의소리는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의 반발로 칙필레이의 대학 캠퍼스 입점이 무산되기도 했고, 여러 차례 불매운동도 벌어졌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칙필레이의 영업 원칙에 타격을 입힐 법안이 발의되면서 논쟁이 가열되는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뉴욕 시민들 사이에서는 “시의회에서 어떻게 민간 기업의 업무 시간을 마음대로 정하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등의 부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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