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선동 휩쓸려 소송하면 환불 없다”
등록금 볼모로 법적 대응 막아…“귀국 조치는 합법” 변명도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22명을 강제로 출국시켰다는 논란에 휩싸인 한신대가 학생들을 ‘귀국 조치’한 이후 “학교를 대상으로 소송하는 학생에겐 등록금 환불 및 혜택을 보장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학생들에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가 등록금을 볼모로 삼아 쫓겨난 학생들이 법적 대응을 하지 못하도록 겁박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신대 측은 지난 4일 52명의 한국어학당 유학생·유학원 관계자 등이 참여해 있는 ‘한신대 한국어학당 2023’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과 첨부자료를 올렸다.
한신대 국제교류원장 명의로 발신한 ‘한신대학교 한국어학당 제적자 안내’ 공문에는 대학이 우즈베키스탄 학생 24명을 제적하고 이들 중 22명을 ‘귀국 조치’했다고 적혀 있었다. 4쪽짜리 공문에서 학교 측은 ‘조치가 합법적이었고 학생들에게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신대 측은 이 공문에 “호의에도 불구하고 강제출국이라는 선동에 휩쓸려 학교를 대상으로 소송하는 학생에게는 등록금 환불 및 모든 혜택을 보장할 수 없다”고 썼다. 그러면서 유학원 측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학생들의 명단을 개인 각서 포함해 회신해달라”고 요구했다. “각서를 제출한 학생에 한해 환불, 출입국신고, 내년 입학을 돕겠다”는 내용과 함께였다. 학교의 조치에 순응하면 선처를 하겠지만, 불응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학교 측은 이번 사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교통사고’를 언급하며 강제출국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한신대 측은 지난달 15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 서부간선도로에서 발생한 4중 추돌사고를 ‘귀국 사유’의 하나로 들었다. 당시 사고 차량 운전자는 우즈베키스탄인이었으며, 해당 차량에 동승했던 일부 학생이 부상을 당했다. 서울 금천경찰서 관계자는 “운전자가 음주 상태도 아니었고, 운전하다가 앞의 차를 받은 일반 교통사고”라며 “신호 위반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차량은 11인승 이상으로 1종 보통면허가 있어야 했으나, 2종 보통면허를 가진 자가 운전했다. 운전자에게 종별 무면허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한신대는 공문에서 “대형 사고이기 때문에 아침뉴스에 나옴” “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는 병원비가 매우 적으며 학생들 스스로 내야 함. 앞으로 조사가 계속되면 학생들이 불법 아르바이트한 것 때문에 출입국법 위반 혐의가 추가될 수 있음”이라고 썼다.
한신대 측은 공문에서 강제출국이 ‘합법’이었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전체 과정은 동영상으로 녹화돼 있고 학생들의 안전,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 질서유지를 위하여 전문경호원, 인천공항경찰단 수사과, 인천공항 외사과, 인천출입국의 협조를 받아 합법적으로 진행됐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은 “출국 과정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한신대가 힘이 없는 유학생과 유학원을 상대로 강제 귀국 이후에도 이의제기를 하지 말 것을 통보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경찰은 한신대 교직원 등이 유학생들에게 출국을 협박하거나 강요한 혐의 등이 있는지 수사 중이다. 한신대 국제교류원 관계자는 경향신문의 취재 요청에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답변이 조심스럽다”고 했다. 한신대는 지난 15일 강성영 총장 명의의 담화문에서 “방법이나 과정이 옳지 못했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공식 사과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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