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이민' 대열 합류한 프랑스…이민법 개정안 의회 통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AFPBBNews=뉴스1

프랑스가 이민 문턱을 높인다. 이민 규제를 강화한 '이민법 개정안'이 진통 끝에 의회를 통과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핵심 과제로 추진해 온 이 개정안에 극우 진영의 의견이 대폭 반영되면서 정부와 여당 안에서는 반발이 일고 있다.

20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하원은 전날 상하원 합동위원회가 합의한 이민법 개정안을 찬성 349표, 반대 186표로 가결했다. 앞서 상원도 같은 날 이 법안을 찬성 214표, 반대 114표로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인력이 부족한 직종에는 특별 체류 허가를 내주지만, 기본적으로 문턱을 높여 불법 이민을 막겠다는 게 골자다. 현재는 프랑스에 거주하는 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가 성년이 되면 자동으로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는데 앞으로는 자녀가 16~18세 때 국적 취득을 별도로 신청해야 한다.

프랑스 의회는 매년 회의를 열어 '이민자 쿼터'를 논의하게 된다. 경찰 등 공권력을 가진 상대에게 범죄를 저질러 형을 선고받은 이중국적자는 시민권을 박탈당할 수 있다. 그동안 외국인에게 월 최대 수백 유로씩 지급해왔던 주거 지원 요건도 강화됐다. 노동자의 경우 3개월 거주, 비노동자의 경우엔 5년 이상을 거주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BBC는 "프랑스의 이민법 개정안은 이민자들이 자신의 가족을 프랑스로 데려오는 것과 복지혜택을 받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평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불법 이민으로 인한 사회 문제를 줄이기 위해 이민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당초 마크롱 정부는 노동력이 부족한 분야에서 일하는 이민자들의 거주 허가 허들을 낮추고 불법 이민자 추방을 더 쉽게 만드는 '당근과 채찍' 법안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야당이 지난주 의회에서 개정안에 대한 토론조차 거부하자 양원 합동위원회가 소집돼 신속한 타협안 마련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에 대한 복지 혜택을 줄이고, 이민 쿼터제를 도입하고, 프랑스에서 태어난 외국인의 자녀가 프랑스인이 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는 극우 정당의 의견이 다수 받아들여졌다.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대표는 개정안이 통과되자 "이념적 승리"라며 환영을 표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마크롱 대통령은 정책적 승리를 달성했지만, 중도파 다수의 균열이라는 후폭풍을 안게 됐다고 평가했다. 중도파 그룹 내에서 다수의 의원이 법안에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르네상스 소속인 좌파 핵심 인사 사샤 울리에 의원도 반대표를 던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법안 표결 전 오렐리앵 루소 보건부 장관 등 일부 정부 인사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임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시리엘 샤틀랭 녹색당 의원은 마크롱 대통령이 이 개정안에 극우 사상을 입혔다며 "수치심과 배신감이 든다"고 비난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