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3연임 도전’에 술렁이는 포스코…“장기 집권 부작용 어쩌나” [한양경제]

이승욱 기자 2023. 12. 2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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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why] 임기 만료 3개월여 앞둔 채 정기임원 인사 단행
긴 침묵에 내외부 ‘출렁’…회사 주식 매입 등 잔류 징후 커져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가 선보이는 ‘한양why’는 경제·사회·정치 각 분야에서 발생한 이슈나 사건, 동향 등의 ‘이유’를 집중적으로 살펴 독자들이 사건의 이면과 본질을 들여다보기 위한 인사이트를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기획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연합뉴스

‘재계 순위 5위’ 포스코그룹의 차기 수장을 선출할 운명의 시간이 임박한 가운데, 최정우 현 회장의 3연임 도전 가능성이 커지면서 포스코 안팎에서 ‘최정우 체제’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지는 형국이다.

재임 후 각종 ‘사법 리스크’와 ‘패싱 논란’에 휩싸인 최 회장의 3연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른바 ‘포스코 성지’로 불리는 포항지역 정·관계와 시민단체, 지역민들을 중심으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정우퇴출! 포스코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포스코범대위) 등 관련 단체와 일부 지역 인사들은 “최 회장이 3연임 도전장을 내밀고 현실화되면 포스코에 대한 내외부 반발이 커지고 장기적으로 회사와 주주에게도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 임기 만료 석달 앞 인사…“차기 체제서 내부 부담”

20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이날 정기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지난 2018년 7월 취임한 이래 해마다 연말 임원 인사를 단행해왔다. 최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이고 연례적인 정기임원 인사지만 포스코 안팎에서는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최 회장이 3연임 도전 의사에 대해 불명확한 입장을 취하는 상황이지만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하며 약 5년5개월간 포스코를 이끌어온 상황에서 이뤄지는 만큼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포스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여러 이유로 3연임에 부정적인 여론이 커진 상황에서 정기인사를 단행하는 것이 과연 포스코에 득이 될지 의문”이라며 “이번 인사를 통해 주요 보직을 꿰차는 인사는 ‘최정우 사람’으로 낙인이 찍힐 판이라 차기 회장 선출 이후에도 내부적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회장 3연임 도전 여부를 둘러싼 업계 안팎의 논란은 그의 장고가 길어짐에 따라 더 커져왔다. 포스코홀딩스 규정에 따르면 현직 회장은 통상 매년 3월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 90일 전까지는 연임 도전 여부를 밝혀야 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최 회장의 거취 표명이 이르면 21일 이사회에 전달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애초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3연임 도전을 포기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최 회장이 태풍 ‘힌남노’ 피해 확산에 대한 대처 부족과 관용차량 사적 이용 의혹 등으로 구설을 사고 ‘사법 리스크’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 들어 재계 서열 5위 그룹 수장임에도 경제인 명단 등에 빠지는 등 ‘패싱’ 논란에 휩싸인 만큼 대외 리더십에 상처가 났다는 점도 3연임 도전 포기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3연임 도전 여부에 대해 긴 침묵을 하면서 잔류 쪽에 무게를 싣는 시각도 있다.

특히 최 회장은 차기 회장 선출 룰 등을 다룰 이사회를 하루 앞둔 지난 18일 포스코홀딩스 주식 700주(약 3억7천만원 상당)를 매입한 사실이 알려졌다.

■ ‘포스코 터전’ 포항…‘최정우 체제’ 후 들끓는 민심

최 회장의 3연임 도전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동안 최정우 체제를 비판해 온 포항지역 관련 단체 등을 중심으로 민심이 들끓고 있다.

지난 1968년 설립된 포스코는 창립 이래 포항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최 회장 체제 이후 회사와 지역민 간에 크고 작은 갈등이 이어지면서 단단했던 유대 관계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특히, 최근 포스코 지주사 미래기술연구원(이하 미래연)의 성남 분원 조성 윤곽이 뚜렷해짐에 따라 불만은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 됐다.

성남시는 지난달 15일 ‘성남시 위례지구 4차 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도시지원시설 용지 기업추천대상자 선정 공모’에서 단독 입찰한 포스코홀딩스(미래연)를 최종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미래연 성남 분원 설립은 부지 소유주인 LH와의 계약 절차만을 남겨놓고 있다.

지난달 29일 포스코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와 시민 등 약 400명이 포스코센터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포스코범대위 소속 대책위원과 시민 등 400여명은 지난달 29일 국민연금공단과 서울 포스코센터 앞에서 1시간가량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포스코홀딩스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곧 있을 포스코 이사회 등 포스코홀딩스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적극적인 주권 행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창호 범대위원장은 “지난해 2월 포항시장, 시의회 의장, 범대위 위원장, 포스코 사장 등이 합의한 합의서 2항에는 ‘미래연은 포항 중심의 운영체제를 구축’한다고 명시돼 있다”면서 포스코가 해당 조항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포항시가 미래연 부지로 10만평을 마련하겠다고 의견을 표명했고 범대위도 성남 위례지구의 땅값 5천억원이면 포항에 미래연 빌딩, 연구원 아파트, 각종 장비, 연구원 1년치 인건비까지 충당할 수 있다고 수차례나 설득했지만 최 회장은 결국 포항시민과의 약속을 내팽개치고 성남행을 고집하고 있다”며 “포스코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적극적인 주권 행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포스코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은 물론이고 계약 무효를 위한 범시민 궐기대회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강덕 포항시장 역시 포스코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이 시장은 “지역 균형발전에 앞장서야 할 포스코가 당장 눈앞의 상황에만 몰두해 수도권 집중을 가속하는 결정을 한 데 대해 50만 포항시민은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며 “더 나아가 국가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밝혔다.

포항시의회 측도 포스코가 포항 본원보다 24배 큰 부지에 1조9천억원을 투자해 수도권 분원을 설립하려 한다면서 “제대로 된 투자 없이 무늬만 ‘포항 본원’이라 지칭하고 실질적 역량을 수도권으로 가져가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반면 포스코 측 관계자는 범대위 등의 주장에 대해 “이미 본사 이전 등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그룹 차원에서 이행을 해온 것”이라면서 무리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 ‘셀프 연임’ 규정 바꿨지만…형평성 문제 등 논란 여전

최 회장이 3연임 도전으로 인한 차기 회장 인선 과정에서 형평성 문제와 내부 갈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기 회장 선출을 주도할 이사회가 최 회장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이유를 들어 최 회장의 3연임 도전에 대해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포스코홀딩스가 지난 8월 캐나다 벤쿠버에서 이사회를 열며 ‘접대 골프’ 등 경비를 부정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포스코범대위 측 한 인사가 최 회장을 포함한 사내·외 이사 등 관련 인사 16명을 검찰에 무더기 고발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피고발인들은 최 회장과 사내이사, POSCO-Canada(포스칸) 정모 법인장 등 임원, 사외이사 등이다.

임종백 포스코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최 회장이 내년 2월 회장 임기가 만료되는 상황에서 이달 말 구성되는 회장추천위원회 위원인 사외이사들에 대해 로비를 벌일 개연성이 있다는 언론의 지적에도 향응 접대를 미끼로 부당한 청탁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가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셀프 연임’ 규정으로 지목된 현직 회장 우선 심사제를 없애는 내용의 개정안을 의결했지만 ‘현역 프리미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개정안대로라면 현직 회장에 대한 우선 심사 절차는 사라져 다른 후보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현직 회장과 심사를 하는 데 오히려 논란을 빚껴가는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연합뉴스

■ 3연임 성공해도 ‘사법 리스크’ 발목 우려하는 여론

최 회장이 취임 후 신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통해 그룹 차원 성과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당장 각종 사법 리스크에 휩싸인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3연임에 성공해도 사법 리스크로 인해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포스코범대위 측이 해외 골프 접대 의혹으로 고발 조치하면서 최 회장이 형사고발된 사건은 모두 3건에 달한다.

앞서 참여연대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최 회장을 고발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2021년 3월 최 회장 등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혐의로 검찰 고발했다.

단체는 포스코 임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당 주식거래 의혹을 제기했고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를 압수수색했다.

민변은 포스코가 1조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하면 통상 주가가 상승한다는 점을 노려, 임원진들이 외부에 자사주 매입 결정을 공표하기 전 주식을 매입했으며 이는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또 회사가 리스한 고급 차량들을 거주지에서 부당 사용한 의혹을 받아 고발장이 접수되기도 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최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불구속 송치했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관련 혐의에 대한 입장을 묻자 “어떤 혐의를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면서도 업무상 배임은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포항지역 한 인사는 “재임까지 6년 임기를 다 채울 상황에서 회장직을 3년 더 하겠다는 것은 새로운 인물에게 포스코의 미래를 준비할 혁신과 변화를 꾀해야 하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과욕”이라면서 “장기 집권을 하며 각종 구설에 휩싸인 최 회장이 9년 장기 집권을 하면 지역 내부의 반발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포스코와 주주들에게도 피해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승욱 기자 gun2023@hanyangeconomy.com
권태욱 기자 lucas45k@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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