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가담한 트럼프 대선 후보 자격 없다”

선명수 기자 2023. 12. 20. 20: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콜로라도주 대법, 미 역사상 첫 판결
25개 주에서도 ‘내란 가담’ 소송 중…대선 판도 뒤집히나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공화당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리노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1·6 의사당 폭동’ 당시 내란을 선동하고 가담해 대선 후보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콜로라도주에서만 적용되지만, 비슷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다른 주에서도 같은 판결이 이어질 경우 대선 판도가 격변할 수 있다. 다만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미국 민주주의가 다시 한번 연방대법원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만으로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19일(현지시간) 재판관 4 대 3 의견으로 “트럼프가 수정헌법 제14조 3항에 따라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콜로라도주가 그를 대통령 예비선거 투표용지에 후보자로 등재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정헌법 14조 3항은 남북전쟁 이후인 1868년 남부 반란군이 정부에 복귀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된 조항으로, 이 조항에 근거해 대선 후보에 대한 자격 정지 판결이 나온 것은 미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 조항은 헌법 지지를 선서한 공직자가 내란이나 헌법 위협 행위에 가담할 경우 다시 공직을 맡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쟁점은 대통령직이 이 조항의 ‘공직’에 해당하는지였다. 지난 11월 콜로라도주 1심 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내란 가담’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이 조항이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주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주 대법원은 “2021년 1월6일 의사당 공격을 ‘반란’이라고 판단하는 데 거의 어려움이 없었다”면서 “트럼프가 여러 주에서 공화당 관리들에게 선거 결과를 뒤집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콜로라도주에서는 2024년 공화당 예비선거 투표용지에 트럼프의 이름을 기재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주 대법원은 트럼프 측이 상고할 수 있도록 이번 판결의 효력을 콜로라도주 예비선거 후보 등록 마감일 직전인 내년 1월4일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측 상고를 받아들여 이번 사건 심리를 결정하면,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판결의 효력은 더 미뤄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완전히 결함이 있는 판결”이라며 연방대법원에 즉각 상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뉴욕타임스(NYT)는 “연방대법원이 판결을 내리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고, 이에 따라 내년 3월로 예정된 콜로라도주 공화당 예비선거는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판결의 효력이 발생해도 콜로라도주 안에서만 적용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다른 지역 경선 출마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콜로라도주 외에도 25개 주에서 비슷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다른 주에서도 비슷한 법적 판단이 나올 경우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다른 주에서도 동일한 결론이 나온다면 트럼프는 공화당 후보 지명과 내년 대선 승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은 이제 연방대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에서 이번 판결이 뒤집힐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 3명을 포함해 보수 성향 대법관이 전체 9명 중 6명이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판결이 연방대법원에서 뒤집히거나 보류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최고법원이 이 사건을 다룬다는 그 자체만으로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