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물가 제자리, ‘라스트 마일’ 쉽지 않을 수 있다”

이윤주 기자 2023. 12. 20.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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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하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물가 상황에 대해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라스트 마일(last mile, 목표에 이르기 직전 최종 구간)’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물가상승률이 둔화하고는 있지만 목표 수준에 안착하기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추세적으로 낮아져 내년 연말로 갈수록 2%에 근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20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유가·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11월 중 상당폭 둔화했지만, 이처럼 빠른 하락이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12월 중 전월(3.3%)과 비슷하거나 소폭 낮아진 뒤 추세적으로 둔화하며 내년 연말로 갈수록 2% 부근에 근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모두발언을 통해 “금리 인상 영향이 지속되면서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물가 오름세가 목표 수준을 크게 웃돌아 인플레이션에 대한 긴장을 늦추기 어렵다”며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관련 불확실성이 크고 노동비용도 여전히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라스트 마일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내년 상·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기대비) 전망치를 각각 3.0%(근원물가 2.6%), 2.3%(2.1%)로 제시했다. 유가가 다시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물가가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유가가 하락하고, 내수 부진으로 수요가 둔화할 수 있는 점 등은 물가의 하방 요인으로 꼽혔다.

반면 물가의 상방 위험 요인으로는 국제유가 재상승과 기상이변에 따른 국제 식량 가격 인상, 비용압력의 파급영향 등이 잠재해있다. 누적된 비용 압력 탓에 주류, 대중교통요금, 여행·숙박을 비롯한 개인서비스 등 근원상품 가격(에너지·식료품 제외) 오름세의 둔화 흐름이 주요국보다 뚜렷하지 않은 점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은은 “정부 정책 측면에서 전기·도시가스 요금의 점진적 인상, 유류세 인하폭 축소 등도 내년 물가 둔화 흐름을 다소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와 관련해서는 “금리 인하를 논의한 사실이 있다는 파월 연준 의장의 말이 예상을 크게 벗어나 입장이 변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본격적 인하 논의를 시사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시장이 과잉 반응하는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연준이 내년 중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미국이 더 이상 금리를 확실히 올리는 것은 아니라는 기대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됐고, (우리나라도) 환율과 자본이동 등의 (통화정책 결정의) 제약 조건이 풀려 국내 요인을 봐가며 통화정책을 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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