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에 저지른 경복궁 담장 낙서…장소와 문구는 신원 불상 의뢰자가 지정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 조사…‘SNS에서 의뢰받았다’ 진술

경복궁 담장에 스프레이로 낙서 후 도주했던 10대 남녀가 지난 19일 수원에서 체포돼 서울 종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종로구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 낙서 후 도주했다가 검거된 10대 피의자 2명이 신원 불상자에게서 10만원을 받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20일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경복궁 담장에 낙서한 임모(17)군과 범행을 함께 계획하고 동행한 김모(16)양이 이날 경찰 조사에서 이처럼 진술했다. 두 사람은 지난 16일 오전 1시42분쯤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인근 담장과 경복궁 영추문 담장에 스프레이로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 등을 적은 뒤 달아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과 재물손괴)를 받는다. 훼손 범위는 무려 44m에 달한다.

임군 등이 특히 범행 전 신원 불상자에게서 5만원씩 두 차례에 걸쳐 총 10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해 경찰이 그 배후를 추적하고 있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접촉한 신원을 알 수 없는 이로부터 ‘낙서를 하면 돈을 주겠다’는 연락을 받고 범행에 나섰다. 범행 도구인 스프레이는 직접 구매했고, 낙서 장소와 문구는 의뢰자가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인 관계인 두 사람은 지난 19일 체포돼 서울 종로경찰서로 압송됐으며, 임군 등은 체포 직후 범행 사실을 시인했다. 경찰은 미성년자임을 고려해 심리적 안정을 찾게 한 뒤 부모 입회하에 이날 오후부터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경찰이 체포영장 시한(48시간)이 만료 전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만큼  21일 중에는 결론 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재 훼손 행위를 중대범죄로 엄정하게 처벌할 방침인 경찰은 피의자 연령과 진술 내용, 도주·증거인멸 우려, 형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 중이다.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인 경복궁의 담장 전 영역은 사적 지정 범위에 포함된다. 훼손 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법 제82조는 ‘누구든지 지정문화유산에 글씨 또는 그림 등을 쓰거나 그리거나 새기는 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며, 문화재청장이나 지자체장은 훼손한 이에게 원상복구를 명령할 수 있다.

복원 작업에 들어간 문화재청은 영추문 주변은 시너 처리와 스팀 작업으로 벽의 스프레이 색을 뺐다. 2017년 언양읍성 붉은 스프레이 낙서 훼손 복구 당시 쓰였던, 고운 모래를 강한 압력으로 분사해 오염 물질을 긁어내는 ‘미세블라스팅법’을 동원했다.

박물관 쪽문 주변은 표면을 미세하게 다듬는 ‘도드락다듬’ 등 방법을 활용했다. 훼손 부위를 걷어내고 색을 태우는 ‘레이저클리닝’과 스프레이 흔적을 쪼아서 걷어내는 ‘에어툴’, 표면을 다듬는 ‘모터툴’ 장비를 쓴다. 주변 담장과 색을 맞추는 ‘색맞춤’으로 복원 작업을 매듭짓는다.

절반 정도 복원이 진행된 것으로 본 문화재청은 최대한 빠른 마무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