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그림으로 해방"…열둘 할머니의 '그림 수업'

전하연 작가 2023. 12. 20. 19:4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EBS 뉴스]

최근 제주도 선흘마을에선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할머니 12분이 직접 그린 작품 200여 점을 대중에 선보이는 건데요.


집과 창고는 물론 외양간까지 전시의 무대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먼저 영상 보고 오겠습니다.


[VCR]


제주도 선흘마을에서 열린

인생 미술관 전시 '나 사는 집'


선흘에서 나고 자란 

12명 할머니들이 그린 제주의 삶


"마음속에 품은 말이 그림으로 

흘러나오니 이것이 곧 해방"


멈췄던 공부, 기록 없던 삶이

그림으로 종이 위에 펼쳐지는 마법


그림선생, 최소연 예술감독이 말하는

할머니들과의 아름다운 동행




------




서현아 앵커 

할머니들의 그림 수업을 직접 진행한 최소연 예술감독에게 이 전시회 뒷얘기 들어봅니다.


감독님 어서 오세요. 


먼저 저희 시청자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최소연 미술가·예술감독 

그림선생님입니다. 


미술가로 큐레이터로 예술감독으로 살아왔고요.


제주도 선흘마을에 내려와서 할머니들을 만나서 그림선생님이 되었습니다.


할머니들과 그린 그림을 엮어서 '할머니의 그림 수업'을 올해 출간했고요.


현재 '나 사는 집'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열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정말 특별한 전시가 열린 공간인데 제주 선흘마을이 어떤 곳인지 궁금한데요.


최소연 미술가·예술감독 

선흘마을은 동백동산이 있는 제주 조천읍 선흘마을이에요.


마을 한 바퀴를 둘러보면 낮은 현무암 돌담으로 이어진 오소록한 길을 이어서 쭉 가다 보면 열린 대문으로 할머니들이 안에서 일하고 농사일 하고 계신 게 보입니다.


그래서 이끌리듯이 들어가 보면 할머니들이 종일 수다 떠는 걸 볼 수 있고요.


저도 함께 수다도 떨 수 있고, 또 선흘에서 정주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자녀들이 출근한 후에도 할머니들이 오롯이 마을을 지키면서 오늘의 농사를 지으면서 이웃과 어울려서 살고 있는 굉장히 따뜻한 마을입니다.


선흘에는 중요하게 초등학교가 하나 있는데요. 


이 동창생들이 현재 60세가 되어서도 마을을 돌보면서 함께 살고 있어서 마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나오는 다사다난함이 매일매일 느껴지는 아름다운 작은 마을입니다.


현재 마을의 최고의 뉴스는 미술관 마을이고요. 


그래서 오늘 뉴스에도 나오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들이 난리가 났주게 하십니다.


서현아 앵커 

그림의 무대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굉장히 그림 같은 공간일 것 같아요.


이 동네 이웃 할머니들께 이 그림 수업을 하신 지 3년 만에 '할머니의 그림 수업'이라는 책을 펴내셨습니다.


이 그림 수업 시작하신 계기 궁금한데요.


최소연 미술가·예술감독 

현장에서 청소년들하고 그림 수업을 하려고 이웃 마을 할머니 댁을 섭외를 하다가 볍씨학교 이영희 교장 선생님께서 한 이웃 할머니 집을 소개해 주셨는데 마침 안 계셨어요.


그래서 옆집 할머니 댁에 놀러 갔다가 어떤 할머니가 굉장히 작은 키에 동그란 안경을 쓰고 계셨는데 저희를 빤히 보시면서 뭐 하러 왔니 하는 표정으로 굉장히 환대를 해 주셨고요.


그렇게 해서 허락을 받고 할머니 마당에서 청소년 한 열두어 명이 이제를 쫙 펴놓고 버스킹하듯이 그림을 그리다가 저희가 이제 빈 이젤과 캔버스를 이렇게 놔두었었는데 할머니가 그 빈 캔버스에 이끌리듯이 딱 들어오셔서 나도 그려볼까 하시면서 그림을 이렇게 그리시게 됐고 그 이후에는 할머니가 이제 본인의 집과 물건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해 주시니까 청소년들하고 소통할 수 있는 매개로서의 그림 수업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할머니들이 한 분에서 2분 3분 늘어나서 작년에는 8분이 같이 수업을 했고요.


현재는 12명의 할머니들이 함께 그림을 그리고 계십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렇다면 이 할머니들께 그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최소연 미술가·예술감독 

마음과 우정을 나누는 매개 같아요. 


할머니들이 슬퍼서 슬퍼서 그렸어라고 표현을 하시기도 하고요.


또 잠이 안 와서 그렸다고 이렇게 숨겨뒀던 그림을 꺼내시기도 하고요.


이 그림을 그리니까 울어진다. 


엄마 보고 싶어라고 85세 할머니가 눈물을 반짝이면서 말씀하시면 주변에 계시는 동료 할머니들이 맞주게 그러면서 또 응원도 해 주시고 칭찬도 해 주시면서 울다가 웃으면 똥구멍에 뭐가 난다고 할머니들이 주름진 웃음을 웃으시는 걸 보면 굉장히 오래된 숙제가 풀리는 것 같아요.


4.3으로 또 전쟁으로 학교를 다니시지 못해서 스스로 조금은 원망하는 마음들을 갖고 계셨던 것 같은데 그림 공부를 통해서 해소가 되는 것 아닌가라는 어떤 특별한 해방감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할머니에게 그림은 굉장히 귀한 공부입니다. 


스스로들 그림에 미쳐간다라고도 표현하시곤 하세요.


서현아 앵커 

그러면 이 수업에 참여하신 이 할머니들 반응이 어땠는지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최소연 미술가·예술감독 

할머니들은 여느 어머니들처럼 농사짓고 살림하는 깔끔쟁이 할머니들이셔서 하루는 뽑아오신 무가 있어서 이제 이거를 종이 위에 올려놓고 그림을 그려보자라고 했더니 난리가 났어요.


흙이 떨어진다고. 


그런데 그러던 분들이 이제 하나씩 각각 커다란 종이에 하나씩 무를 그리기 시작했는데요.


그 모습이 장관이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의 그림 수업' 책에 표지가 되기도 했는데요.


함께 보시죠. 


땅에서 나온 거로 삽니다. 


한 인생을 그거로 사는 거쥬.


그런데 그림을 그려보니 86세까지 생각도 못한 일이 생겼쥬.


나 강희선이 무수 그림을 그렸쥬. 


할망은 열무를 사랑합니다.


땅에서 나온 것은 다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툭 내뱉으셨어요.


그래서 그걸 고스란히 글로 썼고 명작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속의 말이 그림으로 나오니 이게 해방이라고 표현을 하시곤 했고, 이 해방 소식을 제가 다른 할머니들께 전했더니 굉장히 모두 공감해 주시면서 그 해 전시 주제가 할망 해방일지였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내어준 그림이 할머니 방 안에 이렇게 걸리고 TV 보듯이 누워서 이렇게 자기 그림을 보세요.


그러면 세상 신기하다 나가 그렸어도 신기하다 면서 이웃들이 놀러 와서 보시고 할머니 그림이 동네에 소문이 쫙 나기도 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얼마 전부터 이 할머니들 그림을 선보이는 전시도 열렸는데 어떤 전시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소연 미술가·예술감독 

내 선흘마을에, 조용한 선흘마을에 9개의 미술관이 열렸습니다.


고령화 사회라고 하는데 고령화 사회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는 전시회입니다.


선흘의 기적이라고도 하십니다. 


제주 선흘에서 '나 사는 집'이라는 전시 주제로 12명의 할머니가 자신의 집을 주제로 자신의 집을 여시고 한 20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 마을에 오랫동안 정주에서 살았던 농부였던 여성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할머니 집에서 미술관이 된 굉장히 특별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마을 이장님은 저희 선흘마을을 미술관 마을로 선언을 하셨고요.


마을에서 뮤지엄 선흘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져서 부녀회 영농회 또 청년회 개발위원회가 참여해서 마을 전체가 마을 만들기 사업을 준비하고 있고 선흘의 그림 바람이 불고 있어서 지역 청년이 또 동네에 조그마한 화방도 열었고 할머니의 농산물과 그림 재료와 또 할머니의 그림을 판매하기도 합니다.


전시가 굉장히 상황이라 연장 전시에 들어가서 내년 1월 14일, 일요일까지 엽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이 책 할머니의 그림 수업 내용 중에 저희 시청자들과 꼭 나누고 싶은 부분이 있을까요?


최소연 미술가·예술감독 

네, 고순자 할머니의 그림을 소개하고 싶은데요. 


패적낭이라는 작품이에요.


그림을 통해서 제주어를 배우게 됩니다. 


제주어가 소멸되고 있다고 하는데 그 할머니들의 그림 속에 제주어를 써놓은 거를 이렇게 읽게 되는데 제주어로 상처를 패적이라고 한대요.


그래서 패적낭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저희도 살아가다 보면 상처도 받고 상처를 입기도 하는데요.


할머니는 그런 흔적이 나무마다 이렇게 무늬를 만든다고 그 (낭)나무 제주말로 나무가 낭인데요.


그 패적에 또 그 상처 위에 금빛 물감을 이렇게 칠해주셨어요.


그래서 할머니 마음이 느껴지는 인생 역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그림을 통해서 꿈과 해방으로 향해가는 우리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공감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작가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