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없다”는 의사 말에 희망 잃은 남편…아픈 아내 목졸라 살해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치료가 불가능한 신경질환을 앓던 아내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남편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아내의 주치의로부터 “더 이상 처방해줄 약이 없다”는 말을 듣자 희망을 잃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반정모)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B씨와 1987년부터 사실혼 관계로 함께해 왔다. B씨는 2020년 이른바 무도병으로 불리는 ‘헌팅턴병’ 진단을 받자 생업과 간호를 병행했다. 헌팅턴병은 여러 신체 부위과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질환으로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B씨는 병세가 악화됐다. 지난해 11월에 이르러서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생활이 불가능해졌다. A씨는 지난 4일 일을 그만두고 간호에만 전념했다.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는 하루 3시간 정도를 제외하면 전적으로 B씨를 간병하는 데 매진했다.

이 과정에서 수입이 줄고 은행 대출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B씨의 주치의가 “더 이상 처방해줄 약이 없다”는 취지로 말하자 희망이 없다는 생각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로 결심했다. A씨는 자신이 목숨을 끊으면 B씨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 먼저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B씨가 잠든 틈을 이용해 양손으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

재판부는 “A씨는 30년 이상 사실혼 부부의 인연을 맺어 온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A씨의 범행은 방어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피해자를 상대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죄책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B씨의 유족은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행 직후 자수했고 피해자가 헌팅턴병을 진단받은 시점부터 범행 당시까지 요양보호사 도움을 받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 전적으로 피해자를 간병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며 “간병 문제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어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