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겹, 세 겹 껴입어도 '속수무책'…한파 속 쉴 곳 없는 이동노동자
【 앵커멘트 】 한파 속에서도 음식을 배달하고 대리운전을 하는 이동노동자들, 요즘 그 숫자가 부쩍 늘어 5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분류되지 않아 제대로 된 휴식권을 보장받기 어렵단 사실을 아시나요. 오늘도 칼바람을 뚫고 달리는 이들은 노하린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기자 】 4년 차 배달라이더 박우진 씨.
머리부터 발 끝까지 방한도구로 완전무장 해보지만, 아무리 껴입어도 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강추위 속에 배달을 마친 박 씨가 다음 콜을 기다리며 향한 곳은 공용 쉼터, 얼어붙은 몸을 녹일 수 있는 공간입니다.
▶ 스탠딩 : 노하린 / 기자 - "라이더와 동행해 음식점에 들러 고객에 배달하고 쉼터까지 15분 동안 4km 정도 달려왔는데요. 얼굴과 손발이 감각이 없을 정도로 시렵습니다."
▶ 인터뷰 : 박우진 / 배달라이더 - "오늘같이 날씨 춥고 피곤할 때 몸 녹이러도 들어오고요. 일을 하다 잠깐씩 쉴 수 있는 그런 장점이…."
하지만 언제나 쉼터의 따뜻함을 누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서울에 공공 쉼터가 13곳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A 씨 / 배달라이더 - "항상 돌아다니니까 쉬는 게 없어요. (쉼터가) 없으니까 안 가는 거죠. 간단하게 커피 한잔 먹고 갈 수 있는 그런 장소면 되지 않을까…."
걱정이 큰 건 대리운전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 인터뷰 : B 씨 / 대리운전기사 - "밖에 날도 춥고, 눈도 오고 하니까…쉼터는 저기 교보타워 있는 데 가야 하는데…(아무래도) 콜이 자주 떨어지는 자기가 좋아하는 위치가 있거든요."
서울시가 이동성을 갖춘 '캠핑카 쉼터'도 운영 중이지만, 예산 문제로 1·2월 혹한기엔 운영되지 않습니다.
▶ 인터뷰 : 이종호 / 대리운전기사 - "이게 없어짐으로써 그냥 바깥에서 또 서성거리고 떨고 생활을 해 나갈 수밖에 없죠."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 휴게공간 설치를 의무화 했지만, 이동노동자들은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이런 휴식권을 보장받지 못 합니다.
지자체도 부지와 예산 마련이 여의치 않다는 입장입니다.
▶ 인터뷰(☎) : 서울시청 관계자 - "예산 대비 효율성 문제도 저희도 좀 고민을 안 할 수 없고. 접근성 부분을 해결하려면 정말 금싸라기 땅에 쉼터가 모두 다 들어가 있어야 되는데…."
국가 재정 지원이나 사용자 부담을 포함시키는 방안 등을 통해 예산을 늘리고 쉼터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MBN뉴스 노하린입니다. [noh.halin@mbn.co.kr]
영상취재 : 김영진·이동학 기자 영상편집 : 김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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