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 영웅에 감사한 마음 전해요"…그림으로 하나 된 호국영웅과 미래세대

황아현 기자 2023. 12. 2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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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보훈지청, 전국 첫 참전유공자 초상화 전달식
성신여대 서양화과 학생 16명 재능기부… 호국정신 기려
20일 오후 수원특례시 장안구 경기남부보훈지청(지청장 한국성)에서 열린 제복의 영웅들 'MY HEROES' 초상화 증정식에서 6.25 참전 유공자들이 성신여대 미술대학 서양화과 학생들로부터 완성된 초상화를 전달받고 있다. 김시범기자

 

“젊은이들에게 우리는 잊혀져 가고 있다고만 생각했는데…평생 잊지 못할 선물이 될 것 같아 고맙습니다.”

굵은 눈발이 흩날리며 영하권 추위를 기록한 20일, 온 세상이 얼어붙은 듯한 이날 유난히 따뜻한 온기가 가득 찬 곳이 있었다. 수원특례시 장안구 경기남부보훈지청 별관 3층 대강당 안재홍홀. 오후 1시가 되자 이곳에는 평균 나이 90대 초반의 백발 노인들이 지팡이를 짚거나 가족의 부축을 받으며 어렵사리 행사장 안으로 들어섰다. 하나같이 제복을 입고, 빛나는 훈장을 목에 단 이들은 6·25 참전 용사다.

밖은 오전부터 내린 눈에 주말부터 이어진 한파가 겹치면서 한 걸음을 옮기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이곳을 찾은 이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만연했다. 한 분 한 분 어르신들을 모시던 학생들은 떨리는 손으로 온 마음을 다해 자신이 그린 인생 첫 유화 초상화를 전달했다. 제복을 입은 자신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긴 초상화를 안은 참전 용사들은 한참 동안 작품을 바라보다가 이내 품 안에 끌어안고는 쓰다듬기를 반복했다. 학생들을 향해서는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기 바쁜 모습이었다.

참전용사 원복규 어르신(92)은 “여전히 전쟁 당시 귓가에 들려오던 총소리와 시체 썩는 송장 냄새가 선명한데, 시간이 흐를수록 젊은 세대들이 전쟁의 역사를 잊는 것 같아 씁쓸했는데 이런 자리에 오니 더욱 뜻깊은 마음”이라며 “집에 돌아가면 안방에 걸어 놓고 가보처럼 보관할 거다. 영정사진으로 써야겠다”며 미소 지었다.

이날 안재홍홀에서는 ‘제복의 영웅들 MY HEROES 초상화 전달식’이 열렸다. 성신여대 서양학과 16명이 참전용사들을 위해 재능기부에 나선 것. 지금까지 참전용사들을 위한 영정사진 촬영 등의 행사는 종종 있어왔지만, 이처럼 젊은 세대가 마음을 담아 초상화를 전달한 건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봉사에 참여한 진수현씨(20)는 “평소에도 유공자분들께 감사를 전하고 싶은 맘이 있었는데 좋은 기회로 직접 그린 초상화를 전달해 드릴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첫 유화 작품이라 그리는 동안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서 더 뜻깊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더 많이 참여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성 경기남부보훈지청장은 “앞으로도 유공자 어르신들과 2030세대가 만나고 소통하는 기회의 장을 더욱 많이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가보훈부는 올해 참전 영웅들에 대한 예우와 감사를 전하고 제복 근무자를 존중하는 보훈 문화 확산을 위해 제복의 영웅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경기남부보훈지청은 전국 최초로 제복의 영웅들 ‘MY HEROES’ 초상화전을 수원 행궁길갤러리에서 연 바 있다.

황아현 기자 1cor103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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