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늑장 타결한 새해 예산안, 약자 우선해 집행 속도내길
여야가 20일 내년도 예산안 규모에 합의했다. 정부 원안인 656조9000억원에서 4조2000억원을 감액하고, 이만큼 다른 예산을 증액해 총액 규모를 맞추기로 방향을 잡았다. 국가 채무·국채 발행 규모는 정부안보다 늘리지 않기로 했다.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통과시키면 법정시한을 19일 넘겨 지각처리하게 된다. 예산안을 볼모로 삼은 정쟁에서는 여야 모두에 책임이 있다. 특히나 당대표가 물러나고 비대위원장 선임 절차로 혼란스러운 여당은 예산안 통과에 소홀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21대 국회 마지막 예산안까지 늑장처리하며 고개 들고 민생을 말할 수 있는지 매우 유감스럽다.
여야는 연구·개발(R&D) 예산에 대해서는 “현장 연구자의 고용 불안을 해소하고 차세대 원천기술 연구보강, 최신·고성능 연구장비 지원 등을 위해” 6000억원을 순증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정부가 긴축 경제 기조 희생양으로 R&D 예산을 무려 5조2000억원(16.6%)이나 감액한 뒤 이런 순증 규모는 원상복구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유례없는 삭감에 과학·연구계까지 거세게 반발하자, 겨우 10분의 1 정도의 순증액으로 비켜 가려는 정부와 국회가 실망스럽다.
여야는 새만금·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 예산도 3000억원씩 각각 증액했다. 구체적인 예산 규모는 정부와의 최종 조율 후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용이 공개된다. 대통령실·법무부·감사원·검찰·국가정보원·경찰 등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 성격 예산은 대폭 삭감되고, 장애인·청소년·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 예산과 소상공인·고용·일자리 관련 예산 등은 증액 항목에 대거 포함되는 게 바람직하다.
올해도 예산안 합의는 과거와 같이 거대 양당의 일부 의원과 기획재정부 책임자만 참여하는 ‘예결소소위’를 거쳤다. 회의록이 남지 않은 채 ‘지역구 민원 예산’ ‘쪽지 예산’이 오가고, 어떤 이유로 감액·증액되는지조차 모르는 ‘묻지마 예산’ 협상이 이뤄진 것이다. 정의당이 이런 밀실·짬짜미 협상을 방지하는 이른바 ‘소소위방지법’(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21대 국회는 심도 있게 논의·처리하기 바란다.
늑장처리된 예산은 집행 속도가 매우 중요해졌다. 어느 때보다 불요불급한 예산 집행을 줄이고, 부자 감세를 철회해 세수 결손을 줄여 알뜰하게 나라살림을 꾸려야 한다. 긴 경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경제 도약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정부는 서민경제, 연구·개발 예산 집행에 속도를 내야 한다. 오로지 긴축·감세에만 몰두하다가는 취약계층 돌봄에 구멍이 생기고 되살아나는 성장동력을 늦출 우려가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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