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근로의욕 저하 없다는 서울시 ‘안심소득 실험’ 주목한다
서울시가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소득보장제도 모델인 ‘안심소득’을 1년간 실험한 중간결과를 20일 내놨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실질빈곤 484가구 가운데 22%는 근로소득이 늘었고, 기준소득을 넘겨 더는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가구도 약 5%에 달했다. 일을 하지 않아도 소득이 보장되면 근로의욕이 꺾일 것이란 일각의 우려와는 다른 결과다.
시범가구들은 기준소득(중위 소득의 85%)과 실소득의 차액 절반을 현금으로 보전받았는데, 식료품·의료서비스 지출은 늘고 우울감과 스트레스가 감소해 삶의 질도 개선됐다. 복지 지원이 노동 생산성 개선이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소득보장제도는 불안정 고용과 근로빈곤 증가, 불평등 심화로 인해 사회보험 중심의 기존 복지제도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자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서울시가 실험하는 ‘안심소득’은 소득수준이 일정 기준보다 높은 가구엔 세금을 걷고 낮은 가구에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음의 소득세’ 모델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정부의 기존 생계급여처럼 선별적이지만 대상 폭은 넓고, 전 국민에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모델보다는 취약계층에 더 집중해 재정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생계급여, 기본소득, 안심소득은 각각 이름은 다르지만 목표는 재분배로 국민의 삶을 안정시키면서 노동시장 참여를 통한 경제성장도 이루는 것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이런 정책의 상상력이 시급한 것은 사회위기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지면서 청년 구직난은 절망적이다. 청년층 사망 원인의 43%가 자살로 집계된다. 노인 빈곤율은 40.4%로 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3배에 가깝다. 사회 재생산 기능이 망가지면서 내년 합계출산율은 0.6명대로 더 떨어질 예정이다. 어디라도 출구를 뚫어야 할 판이다.
서울시의 ‘안심소득’은 본격 확대에 앞서 해결할 과제가 적지 않다. 거시경제에 미칠 영향이나 재원확보 방법 등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가구 기준으로 지급되는 데 따른 형평성 문제도 섬세하게 설계돼야 할 것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런 실험을 통해 승자독식사회인 한국에 과감한 변화를 가져올 복지제도 개혁 논의가 활발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한국 사회가 변화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으니 비상한 각오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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