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철강기업, 일본에 넘어가나…“돈 2배 줄테니 파세요”

진영태 기자(zin@mk.co.kr) 2023. 12. 2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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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철이 미국 대표 철강기업인 US스틸을 인수한다는 소식에 북부 중공업지역인 '러스트벨트'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미국 최대로펌 스캐든의 마이클 라이터 CFIUS총괄은 "일본의 미국 기업 인수에서 그런 일은 일어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일본과 통상 갈등이 고조된 1980∼90년대에도 없었고 이번에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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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철 본사 [사진 = AFP 연합뉴스]
일본제철이 미국 대표 철강기업인 US스틸을 인수한다는 소식에 북부 중공업지역인 ‘러스트벨트’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해외자본이 중공업 경제의 핵심인 철강산업을 인수한다는 거부감에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일본의 손을 들어줄 지 주목된다.

19일(현지시간)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따른 시장경쟁 측면이나 국가안보 우려가 있느냐는 질문에 “규제 심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 거래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말하지는 않겠다”고 답했다. 그는 일반론을 전제로 “조 바이든 대통령도 미국 제조업과 노조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미국 철강노조의 신념을 공유하고 있다”며 “기업 간 경쟁이 있어야 소비자의 비용이 줄고 노동자의 임금이 증가한다는 것을 바이든 대통령은 알고 있다”고 밝혔다.

CFIUS는 외국인의 미국기업 인수합병 시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대통령에 거래 불허를 권고할 수 있다. 최근 CFIUS는 중국의 미국계 반도체기업 투자를 막아선 바 있다.

중공업지역에 기반을 둔 정치인들도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J.D. 벤스(오하이오), 조시 홀리(미주리) 등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3명은 이날 CFIUS 위원장인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반대 결정을 요청했다. 의원들은 일본제철은 미국에 철강제품을 덤핑하는 전례 등 일본에 충성하는 기업이라며 “국내 철강 생산이 국가 안보에 필수”라고 주했다. 조 맨친 상원 의원(민주당, 웨스트버지니아)도 “우리 국가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US스틸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의 밥 케이시 상원 의원과 존 페터먼 상원 의원도 인수에 반대했다.

민주당의 셰러드 브라운 의원(오하이오)는 US스틸을 매각해야 한다면 오하이오주에 있는 미국 철강회사인 ‘클리블랜드-클리프스’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철강기업 US스틸 제철소 [사진= AP 연합뉴스]
US스틸은 한때 세계 1위 기업이었지만 1960년대부터 일본과 독일 등에 경쟁력이 뒤처지면서 매각 수순을 밟게 됐다. 인근 오하이오, 펜실베니아주 등이 ‘러스트벨트’라는 오명을 얻은 것도 철강산업의 부흥에 이은 쇠락 때문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철강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외국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으며, 바이든 정부도 이를 유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임기간 철강공급망 강화를 위해 정부예산을 투입하는 인프라사업에 미국산 철강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

CNN은 바이든 행정부가 정치권의 반발에도 주요 동맹국인 일본의 자본투자를 막지를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 최대로펌 스캐든의 마이클 라이터 CFIUS총괄은 “일본의 미국 기업 인수에서 그런 일은 일어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일본과 통상 갈등이 고조된 1980∼90년대에도 없었고 이번에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CNN은 미국 정부가 중국견제를 위해 협력해야 하는 일본과는 갈등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한편, 일본제철은 US스틸을 141억 달러(약 18조3000억원)에 매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가격은 ‘클리블랜드-클리프스’의 제안가(72억 달러)의 2배에 달한다. 일본제철이 US스틸 인수에 성공하면 조강능력은 기존 글로벌 4위에서 3위로 올라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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