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지는 느낌도 병이라고?...출산 경험 있다면 주의
출산은 여성의 몸에 많은 변화를 불러온다. 그중 골반은 출산으로 가장 큰 변화를 겪는 부위 중 하나다. 골반은 우리 몸의 기둥인 척추를 받쳐주는 주춧돌 역할을 하는데, 출산 시에는 아기가 나올 수 있도록 길을 만들기 위해 골반이 5~10cm가량 벌어진다. 출산으로 벌어진 골반은 자연적으로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는 데 한계가 있어, 골반을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골반 틀어짐이나 골반 불균형이 찾아온다. 또 출산 후에는 고관절과 척추에 관절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처럼 출산으로 인한 변화는 중년 건강에도 영향을 끼친다.
‘골반장기탈출증’, 골반통이 주요 증상…50~70대 여성에서 발병률 높아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출산 경험이 있는 전 세계 여성의 3분의 1이 출산을 한 이후에도 산후 질환을 호소한다. 대표적으로 △요실금 △회음부 통증 △2차 불임 △불안과 우울 증세 △출산 공포증 등이 있다. 또 다른 질환으로는 ‘골반장기탈출증’이 발병할 수 있는데, 국내 골반장기탈출증의 유병률은 31.7%로 출산을 경험한 성인 여성 10명 중 3명에서 나타날 만큼 흔한 질환이다.
골반장기탈출증은 골반 아래에 있는 직장과 자궁, 방광 등의 장기가 질을 통해 밑으로 처지거나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일컫는다. 출산할 때 한번 손상된 골반 인대와 근막, 근육이 점차 노화되고, 지탱하는 힘이 약해지면서 나타난다. 특히 아이를 출산할 때 난산으로 고생한 여성에서 많이 발병하며, 복부에 힘이 들어가는 일을 장기간 했던 여성에서도 잘 발생한다. 이 밖에도 골반 수술 경험이 있거나 폐경, 복부비만, 변비 등이 있을 경우에 발병하기도 한다. 유전적 요인도 있어 가족력이 발병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데, 어머니가 골반장기탈출증을 겪었다면 딸도 동일 질환을 앓을 확률이 30%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골반장기탈출증은 50대 이상 여성부터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여성 생식기 탈출로 인해 진료받은 환자의 85% 이상이 50~70대 사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60~69세 사이 환자가 38.2%로 가장 많았고, 70~79세 사이 환자는 31.7%, 50~59세 사이 환자가 15.4%로 뒤를 이었다. 드물게 출산 이후 손상된 근육이 빠르게 회복되지 않아 20~30대의 젊은 나이임에도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골반장기탈출증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밑이 빠지는 듯한 무거운 느낌과 골반 통증이다. 하이닥 산부인과 상담의사 심상인 원장(한사랑산부인과의원)은 “탈출하는 장기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이 다른데, 방광이 탈출하면 요실금 증상을 동반하고 직장이 탈출하면 변실금 등이 나타날 수 있다”며 “심하게 진행된 경우에는 서 있을 때 아래로 빠진 장기가 만져지고, 걸을 때 불편을 야기할 뿐 아니라 속옷에 장기가 쓸리면서 출혈, 감염, 염증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폐경 후 복부비만으로 인해 복부 압력이 증가하거나, 기관지염으로 인한 잦은 기침 등은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골반장기탈출증 예방 위해서는 케겔 운동 꾸준히 해야
골반장기탈출증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치료를 받는 것은 아니다. 장기가 조금 내려온 경증인 경우에는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되도록이면 복부 압력을 가중하는 일은 피하고, 쪼그려 앉기나 무거운 물건 들기 등을 피하면 상태가 호전될 수 있다. 변비가 있다면 물을 수시로 마시고, 섬유질이 풍부한 녹색 채소나 과일을 많이 먹어 배에 과도한 힘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적절한 체중을 유지해 복부비만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골반 근육 강화에 도움이 되는 케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예방과 조기치료에 도움 된다.
만약 장기가 질 입구 또는 질 바깥으로 빠져나오게 되면 수술적 치료를 해야 한다. 반복적으로 장기가 내려오면 장기에 염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장기를 내부에 고정하거나 자궁을 제거하는 수술을 진행하게 된다. 수술이 어려운 고령 환자나 마취가 불가능한 환자의 경우 질 내부로 실리콘 기구를 삽입해 고정하는 비수술적 치료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경우 2~3개월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기구를 교체해야 하고, 소독이 어려워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증상이 느껴지면 빠르게 병원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골반장기탈출증은 재발 가능성이 40% 이상으로 높은 편이기 때문에, 수술 후에도 적절한 식이요법으로 건강 관리를 하는 것이 좋다. 골반 근육을 튼튼하게 하고 콜라겐 합성을 돕는 비타민 C와 아연이 풍부하게 들어간 음식을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아연은 붉은 고기와 굴, 호두, 현미 등에 많이 함유돼 있고, 비타민 C가 풍부한 음식으로는 오렌지와 브로콜리, 키위, 딸기 등이 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심상인 원장(한사랑산부인과의원 산부인과 전문의)
안세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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