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되새기는 이스라엘 천문연구와 정치의 상관관계 [임명신의 7차원 우주이야기]
편집자주
퀘이사와 블랙홀 등 온갖 천체를 품은 '우주'는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대상이다.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인 우주에 대한 탐구 작업과 그것이 밝혀낸 우주의 모습을 알기 쉽게 소개한다.
인접국과 전쟁 터진 이스라엘
우주 고에너지 천문학에 특화
정치와 과학의 연관성 반영
요즘 가자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 상황을 보면서 올해 초에 이스라엘에서 있었던 '한국-이스라엘 천문학회'가 떠올랐다. 한국과 이스라엘의 천문학자들 간 교류를 증진하기 위해 지난 1월 말에서 2월 초까지 이스라엘에서 개최됐던 이 학회에 필자가 흔쾌히 참가했던 것은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에 대한 흥미와 더불어 그 나라가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일부 천문학 연구 분야를 좀 더 배우고자 하는 욕구에서였다.
주최 측에서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 숙소를 잡아줬지만, 정작 학회는 거기서 45분 정도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아리엘이라는 도시에 있는 대학에서 열렸다. 서안지구는 가자지구와 비슷하게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분리 수용하는 거주지역과 유대인 정착촌이 다수 혼재하고 있는 곳이다. 왜 하필이면 그런 곳이 학회 장소가 됐는지 다소 의아했고 주변 사람들도 위험하지 않겠냐고 말리기는 했으나 다행히도 학회는 무사히 치러졌다.
이스라엘이 천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는 갑작스레 나타났다 사라지는 '돌발천체'라는 천체와 활동은하핵이라는 거대질량 블랙홀 천체에 관한 연구다. 돌발천체의 대표적인 예는 초신성, 감마선 폭발 현상, 중력파 사건 등을 들 수 있는데 모두 고에너지 고밀도 천체물리학적인 현상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예컨대 감마선 폭발 같은 경우는 그 순간적인 밝기가 우주의 은하들을 모두 합친 밝기만큼 밝은 폭발이다. 활동은하핵 역시 블랙홀이라는 고밀도 천체 주변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에너지와 관련이 있는 천체다. 그러고 보니 이스라엘에서 강점이 있는 분야는 폭탄과 같은 폭발 현상과 일맥상통하는 연구 분야인데, 이는 그 나라가 처한 현실이 어느 정도 천문 연구 분야에도 반영된 것이 아닐까라고 필자는 추정한다.
텔아비브 근교에 있는 와이즈만 연구소는 이러한 천문학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세계적인 자연과학 연구기관이다. 와이즈만 연구소가 건설 중인 흥미로운 천문관측시설로 LAST라고 하는 망원경이 있다. 이 망원경은 설치된 장소부터가 특이하다. 망원경이 설치된 곳은 네오트 스마다르(Neot Smadar)라는 키부츠인데, 키부츠란 공동소유 공동분배가 기반인 집단농장 소공동체를 뜻한다. 이번 학회에 참석하면서 이스라엘 남쪽 홍해 근방에 있는 이 키부츠를 방문해 LAST를 볼 수 있었던 것은 값진 경험이었다. LAST란 'Large Array Survey Telescope'의 머리글자를 딴 약자로 이는 48개의 광시야 28㎝ 구경 망원경으로 이루어진 다중망원경 시스템이다.
필자의 연구팀이 칠레에 건설 중인 7차원 망원경과 비슷한 시스템인데 이 망원경은 광시야를 커버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7차원 망원경은 광시야 관측을 하면서 동시에 40개 파장의 빛을 보는 분광관측을 한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있다. 다만 망원경의 생김새나 아이디어가 비슷해서 LAST를 보며 뭔가 동족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반가웠다. 그곳의 맑고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며, 우리나라와 달리 LAST 망원경을 설치할 수 있을 정도로 천문관측 기상 조건이 좋은 장소가 자기 영토 안에 있다는 점이 부러웠다.
반면 이스라엘 최근 소식을 들으며 이스라엘 남부에 있는 이 천문대의 안위가 심히 걱정되기도 했다. 이스라엘에서 유독 고에너지 천문학 연구가 많이 발달한 것과 최근 전쟁 상황 때문에 이스라엘에서 개최 예정이던 다른 학회들이 무기 연기되는 것을 보며 과학도 그 나라가 처한 정치적 사회적 상황과 떼어놓기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이스라엘을 보며 우리나라의 평화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면서도, 연구비 대폭 삭감의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 과학계 모습이 중첩되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임명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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