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라도 있으면 계속 문제 제기”…경영권 분쟁, 장기전 돌입?
공개매수 종료 후에도 지배구조 개선 시도 시사
한국앤컴퍼니 “돈에 눈멀어 천륜 저버리는 언행”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의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측이 부친과 사촌을 등에 업고 지분을 확대하는 가운데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조 회장을 "문제가 있는 오너가의 일원"이라고 칭하며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앤컴퍼니도 "돈에 눈이 멀었다", "천륜을 저버리는 언행" 등 격한 발언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재계에서는 조 이사장이 "1주라도 이 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 계속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힌 점을 들어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배구조에 심각한 문제…제대로 된 경영자가 경영해야"
한국앤컴퍼니의 2차 '형제의 난'이 격화되고 있다. 공개매수 종료 기한이 다가오면서 날선 반응을 주고받는 모양새다.
지난 19일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입장문을 내고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조 이사장은 한국앤컴퍼니 지분 0.81%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그는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과 차녀 조희원씨와 손을 잡고 조 회장에 맞서는 상황이다.
조 이사장은 "제 지분이 경영권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내가 공개매수에 동의 한다는 것은 회사의 지배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제 있는 오너가의 일원이 회사를 지키는 것보다,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제대로 된 경영자가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조 이사장은 조현범 회장이 경영자로서 큰 결격사유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조 회장이 처음 범죄를 저질러 구속됐을때 형제들이 정도 경영을 하자고 요청했었다"며 "(조 회장은) 형제들의 이런 말을 전혀 듣지 않았고, 집행유예 기간에 또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현재 200억원대의 회사 자금 유용 및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그는 하청업체로부터 납품 대가로 매달 수백만 원씩 받아 총 5억원 안팎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2020년 11월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유죄를 선고 받았다. 집행유예가 끝나기도 전에 다시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조 이사장은 조 회장을 향해 "도덕적 불감증은 물론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고 있지 않고, 관심도 없다"며 "오너의 지속적인 범죄행위와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고 거버넌스가 취약한 점 탓에 MBK파트너스와 같은 사모펀드가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조 회장의 우군으로 등장한 효성그룹에도 날을 세웠다. 효성첨단소재는 최근 한국앤컴퍼니 지분 0.51%를 사들이며 조 회장의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조 회장 등과 사촌지간이다. 조 이사장은 이에 대해 "사촌들이 조 회장을 밀어주고 싶으면 개인이 지원해 줘야지 효성첨단소재 회삿돈으로 지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배임 소지도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성년후견 심판 무기로 아버지 겁박"…내달 결과에 주목
조 이사장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한국앤컴퍼니도 반박에 나섰다. 한국앤컴퍼니는 20일 '조희경씨 주장에 대한 한국앤컴퍼니 입장문'을 내고 "한정후견개시 심판청구를 무기로 건강한 아버지를 겁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조 회장의 경영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앤컴퍼니는 "조양래 명예회장은 수십 년간 조 회장의 경영능력을 시험해보고 일찍이 최대주주로 점 찍어뒀다"며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최근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조 이사장이 효성첨단소재를 언급한 데 대해서는 더욱 날선 반응을 보였다. "경영권 방어와 비즈니스 안정을 원하는 본인의 큰집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돈에 눈이 멀어 천륜을 저버리는 언행"이라며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조 이사장이 "1주라도 이 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 계속 문제 제기할 것"이라며 "삼남매가 대주주로써 한국앤컴퍼니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혀서다. 공개매수를 성공하기 위한 주주들을 향한 호소이자 실패하더라도 '조현범 체제'를 흔들기 위한 후속 행동에 나서겠다는 의미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조 이사장과 손잡은 조현식 고문도 지난 18일 한 매체에 "(경영권 분쟁에 나선) 이 펀드는 지배 구조가 좋지 않은 기업을 대상으로 지배 구조를 개편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일을 하는 펀드"라며 "MBK파트너스와의 공개매수 이후에도 (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내달 11일 열릴 조 명예회장의 성년후견 심판이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이 성년후견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조 명예회장이 조 회장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넘긴 지분이 무효가 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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