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동성커플 축복'에 현직 신부 "성소수자, 커밍아웃하고도 신앙생활이 꿈"

이은지 2023. 12. 2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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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3년 12월 20일 (수)

□ 진행 : 박귀빈 아나운서

□ 출연자 : 원동일 신부 / 천주교 의정부교구 제1지구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박귀빈 아나운서(이하 박귀빈) : "축복을 통해 하느님의 도움을 구하는 모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교회가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막아서는 안 된다." 교황청 교리성이 현지시각 18일 공개한 서한의 내용 중 한 구절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사제의 동성 커플 축복을 공식 승인한 건데요. 다만, 결혼식이나 미사와 같은 공식 행사에서는 여전히 축복할 수 없다는 제한이 유지됐습니다. 천주교 내에는 성소수자들을 지원하는 단체인 아르쿠스라는 단체가 있는데요. 아르쿠스와 함께 미사도 진행하고, 퀴어문화축제에도 참가했던 천주교 의정부교구 제1지구장 원동일 신부 전화연결해 관련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신부님, 안녕하세요?

◆ 원동일 : 네, 안녕하세요.

◇ 박귀빈 : 예, 우선 어제 교황이 공식 승인한 가톨릭 사제의 동성 커플 축복. 이게 엄청난 변화 아닙니까?

◆ 원동일 : 네, 큰 변화입니다.

◇ 박귀빈 : 예, 어떤 부분에서 이게 의미가 있는 건가요?

◆ 원동일 : 교황님께서 그 동안 가지고 계셨던 사목적인 마음이, 실제로 교리적 선언으로 뒷받침되어서 선포되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 박귀빈 : 그렇군요. 교황청의 공식 발표 내용을 좀 살펴보면요. 동성 커플이 원할 경우, 가톨릭 사제가 이들에 대해 축복을 집전해도 된다, 이렇게 결정을 한 건데. 정확히 이게 어떤 의미인지 설명 좀 부탁드릴게요.

◆ 원동일 : 짧은 시간에 가톨릭 교리를 설명하기는 쉽지는 않지만 그 축복과 그다음에 성사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그래서 이 축복에 관한 새로운 해석을 하신 건데요. 거기서 이제 축복의 가능성을 이제 혼인 축복으로만 고정하지 말고, 축복이 훨씬 더 큰 범위에 있으니까, 좀 더 교리의 변경을 제한하거나 축복이 성사와 같다고 말한 것이 아닌 새로운 의식은 아니지만 축복의 가능성을 열어주신 겁니다. 교리적으로.

◇ 박귀빈 : 교리적으로 축복의 범위를 늘려준 것이다. 그 동안 교황성은 동성 결합을 반대해 왔잖아요? 그리고 기사를 찾아보면요. 불과 2년 전입니다. 2021년에 이런 내용이 발표가 됐었어요. 교황청 신앙교리 중에서 신은 죄를 축복할 수 없기에 두 남자 혹은 두 여자의 결합을 축복할 수 없다. 당시에는 단호하게 이렇게 선을 그었었거든요. 그럼 여전히 천주교에서는 동성애를 죄라고 규정은 하고 있는 건가요?

◆ 원동일 : 일단 죄와 죄인은 구분을 하고 있고요. 그래서 죄를 축복할 수 없는 거는 맞는데. 그 죄인은 축복할 수 있다는 거고요. 그리고 이제 동성애를 죄라고 규정을 하고는 있으나, 그 교리서를 보면 가톨릭 교회 결의서 2357항에는 동성애 성소수자분들은 이 구절을 굉장히 부담스럽게 생각은 하시는데, 교회는 전통적으로 동성애 행위는 그 자체로 무질서라고 천명해 왔다,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기 보면 동성애가 아니라 동성애 행위를 죄라고 보고 있는 것이죠.

◇ 박귀빈 : 그러면 이번 조치가요. 기존 교리하고는 상충된다고 볼 수 있는 거 아닐까요?

◆ 원동일 : 상충된다기보다는 동성애 행위를 죄라고 교리에 나와있는 상태에서도, 죄인도 축복받을 수 있다는 새로운 교리의 해석을 내놓으신 겁니다. 그러니까 기존 교리를 어떤 모순되거나 이런 게 아니라, 동성애적 행위는 죄인데 그 동성애자들은 그런 행위를 하면 죄인이 되지만 그들이 축복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 박귀빈 : 그런데 이 변화가 이번 기사를 보면서 굉장히 큰 화제가 됐던 것은, 굉장히 기존의 어떤 선언에 해당하는 내용을 뒤집은 거. 굉장히 역사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막 이런 기사들이 나오고, 실질적으로 일반적인 분들도 갑작스럽게 이 변화가 좀 느껴지는 측면이 있긴 하거든요. 그 동안 교황청에서 뭐 어떤 일이 있었다거나,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요?

◆ 원동일 : 사실 교황님의 스타일은 가톨릭 교회의 어떤 보수적인 이미지와는 좀 다른 사회 문제나 여러 가지, 또한 신학의 해석에 있어서도 진보적인 입장을 많이 내놓으셨고요. 하느님의 조건 없는 사랑이 어떻게 현실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굉장히 고민을 해오신 분이기 때문에 그런 배경에서 지난 2022년 세계 주교 시노드가 시작될 때, 그 시노드가 이제 교회 회의인데. 여기에서 이제 5명의 추기경이 두비아라는 질문서를 교황님한테 제출을 했어요. 이제 이게 뭐냐 하면. 5가지 영역에서 하느님 계시에 대한 해석, 동성 간 결합에 대한 교회의 축복, 교회를 구성하는 차원에서의 시노달리타스, 여성의 사제 서품, 성사적 죄의 용서를 위한 필수 조건으로서의 통회. 이렇게 5가지에 대해서 교황님한테 질문을 하셨거든요. 거기에 대해서 시노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답변이 미리 공개되기도 했지만, 그 연장선상에서 이 교리적 선언이 나온 것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 박귀빈 : 그렇군요. 그런 일이 있었고 또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선출 이후에도 성소수자 좀 따뜻하게 맞이하는 방안들 좀 마련해 오고 그러셨던 것 같기는 해요.

◆ 원동일 : 네, 그런 말씀을 하셨었습니다.

◇ 박귀빈 : 맞습니다. 저희도 이제 기사나 이런 걸 통해서 쭉 봐왔었으니깐요. 그러면 이제 국내의 가톨릭계 내부 분위기가 좀 궁금한데요. 뭐 보수적 가톨릭계의 비판과 반대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국내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 원동일 : 제가 이제 18일날 이게 발표가 됐는데 사실 저는 이 소식을 개신교 신자한테 먼저 전해 들었습니다. 그 분이 뭐라고 그러셨냐면, 감리교회 이동환 목사님이라고 계세요. 그 분이 이제 동성 커플을 축복했다가 출교 조치를 당하셨거든요. 그래서 그런 일이 있는데 교황님이 이런 발표를 하시니까. 원래 가톨릭이 보수적이었는데, 한국 종교계가 전체적으로 보수화되면서 가톨릭이 이상하게 진보적으로 보이는 이상한 현실이 되었다라고 저에게 연락을 주셔서 알았거든요.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그런 어떤 보수적인 부분이 있는데 서울대교구도 교리 선언문이 새로운 교리는 아니며 모든 일을 향한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에는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다, 이것을 밝혀주셨고요. 다만 이제 교우 분들 중에는 교황님의 모든 말씀을 좋아하고 숙명하지만, 이번 말씀만큼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사실은.

◇ 박귀빈 : 그렇군요. 우리 신부님. 원동일 신부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우리 신부님은 얼마 전에 아르쿠스 월례미사에도 참여를 하셨어요. 그러니까 아르쿠스, 앞서 제가 오프닝에서 설명을 했는데요. 이 코너 오프닝에서. 천주교 내에 있는 성소수자를 지원하는 단체라고 제가 설명을 드렸거든요. 어떻게 신부님께서는 그런 활동을 하시게 된 어떤 계기가 있으실까요?

◆ 원동일 : 직접적으로는 성소수자 부모 모임이라고 있어요. 거기 부모님 중에 천주교 신자분이 계셔서, 제 가 그분과 연결이 되어서 사실은 참여하게 되었는데. 좀 사실은 제가 신학생 때 신학과 5학년 때 성윤리라는 과목이 있는데. 그 성윤리에서 각 분야마다, 분야가 있는데. 제가 맡아서 준비해야 했던 분야가 동성애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숙제를 하다 보니까 동성애자들 인터뷰도 하고 해서 그 때가 벌써 90년대, 96년대 정도 됐는데요. 그 때 이제 그런 걸 계기로 해서 일단은 관심을 갖게 되었죠.

◇ 박귀빈 : 그 분들 성소수자분들을 좀 가까이서 지켜보고, 취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그럴 기회가 있으셨던 거군요.

◆ 원동일 : 네.

◇ 박귀빈 : 근데 어떤 기사를 보니까 신부님께서 이런 말을 하셨대요. 20년 전에 찾아온 레즈비언 청년 신자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 이런 말씀하셨던데. 어떤 사연이 있으실까요?

◆ 원동일 : 네, 제가 신부가 되고 처음으로 부임한 본당에서 청년들을 사목하고 있었는데, 청년 중에 한 분이 저를 찾아왔어요. 그런데 그 분이 이제 레즈비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상담을 했는데. 그 때만 해도 저는 이제 바로 신학교에서 나온 지 1년밖에 안 돼서 그냥 배운 대로 얘기를 한 거예요. 그냥 동성애 행위는 죄다. 그러니까 천주교 신자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일요일날, 주일날 와서 성 미사에 참여하고 성체를 모셔야 되거든요. 근데 동성애적 행위는 죄이기 때문에 그 성체를 못 모시니까 고해성사를 드려야 된다. 제가 이 얘기를 이제 너무 딱딱하게 이제 막 얘기를 한 거죠.

◇ 박귀빈 : 처음 신부님 되셨을 때.

◆ 원동일 : 네, 그분은 그냥 알았다고 하면서 매주 저에게 와서 진짜 고해성사를 드리셨는데.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너무 그 분에게 너무 사실은 교리적으로 차갑게 이렇게 대한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오랫동안 남아 있었습니다.

◇ 박귀빈 : 만약에 지금 같으면 뭐라고 해 주실 것 같으세요?

◆ 원동일 : 지금도 교리 얘기를 안 할 수 없겠지만, 그냥 그 분의 어떤 신앙에 대해서 서로 얘기할 것 같아요. 신앙. 그 분이 생각하는 신앙, 또 그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서로 얘기 나누면서 발전시켜 나갈 것 같습니다.

◇ 박귀빈 : 신부님께서 이렇게 가톨릭 사제로 계시면서 혹시 실제 성소수자 신자분들이 있으실 거 아니에요? 그러면 가톨릭 교회 내에서도 어떤 좀 차별도 겪고, 좀 그런 것들을 알고 계세요? 그런 것들 좀 보십니까?

◆ 원동일 : 지금 사실 그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그 분들의 바램은 자신들이 커밍아웃을 한 상태에서도 자연스럽게 자기가 사는 지역의 성당에서 신앙생활하는 게 꿈이에요. 그게 꿈이지만 현실에서는 너무나 힘들고요. 일단은 그 편견이 굉장히 무섭 지금 깔려 있기 때문에 그 분들에 대해서는 얘기를 꺼내면 안 되는 존재. 사실 없는 사람 취급받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얘기를 하시더라.

◇ 박귀빈 : 그렇군요. 신부님은 지난해 퀴어 문화 축제에도 직접 참여를 하셨던데. 실제 그 신자들, 성소수자 신자분들이 신부님이 그런 모습을 보면서 좀 많이 힘도 얻고 그러실 것 같은데. 어떤 얘기들 좀 들으셨어요?

◆ 원동일 : 네, 제가 가톨릭 엘라이아르쿠스 부스에 찾아가서 이렇게 있었는데 제가 이제 천주교 신부 복장을 하고 왔어요.그래서 그 옆에 서 있는데 퀴어분들이 성소수자 분들이 지나가면서 저를 계속 쳐다보면서 진짜 신부냐고 딱 그렇게 물어보고 그러세요. 어떻게 여기 있냐고. 그래서 아 뭐 성소수자들도 하느님의 자녀니까 찾아왔다. 여기 수녀님도 계셨었는데 같이 그런 얘기를 했더니 그중에 한 분이 이렇게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 박귀빈 : 그러시군요.

◆ 원동일 : 뭐 다른 얘기한 것도 없고 그냥 그렇게 서 있었는데, 그 모습 자체를 보고 마음이 녹아내렸다라고 이렇게 표현을 해 주셨어요.

◇ 박귀빈 : 그렇군요. 평소에 좀 차별을 받는다는 걸 좀 느끼셨다가 이제 신부님과 수녀님께서 함께 그 자리에 계셔주시니까, 뭔가 함께한다는 것에 대해서 되게 위로를 받고 그러셨던 게 아닌가 싶은데요. 신부님 이제 한 30초 정도 있는데요. 성소수자들과 연대하고 함께 해 오셨기 때문에, 이번에 교황의 동성 커플 축복 승인 소식과 관련해서도 특별히 좀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실 것 같습니다. 짧게 한 말씀 들어볼까요?

◆ 원동일 : 이제 동성 커플이나 불규칙한 상황에 있는 혼인 커플들이 찾아와서 축복해달라고 했을 때. 이제 마음에 거리낌 없이 기쁜 마음으로 축복을 해주고 싶습니다.

◇ 박귀빈 :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천주교 의정부교구 제1지구장 원동일 신부님과 함께했습니다. 신부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원동일 : 감사합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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