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 없어서?...서울시, '공공야간약국' 돌연 중단
서울시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내년부터 '서울시 공공야간약국 사업' 운영을 중단한다. 특히, 올해를 불과 열흘가량 남긴 시점에서 공문으로만 돌연 통보한 것도 논란이다.
지난 18일 서울시는 각 자치구 보건소에 '공공야간약국 운영 사업 종료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서 시는 "2024년 공공야간약국 운영 사업 예산 미확보로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면서 올해 12월 31일까지만 공공야간약국 운영 사업을 진행한다고 통보했다. 사업 중단 과정에서 약사회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시 공공야간약국은 시의회에서 관련 조례가 통과한 후 지난 2020년 9월부터 시행했다. 평일과 토·일요일 및 공휴일 새벽 1시까지 긴급히 이용할 수 있는 약국을 마련했기에, 시민들의 호응도 높았다. 해당 사업은 서울시장이 공공야간약국을 지정하고 이에 따른 운영 지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현재 서울시엔 33곳의 공공야간약국이 운영 중으로, 25개 자치구별로 1~2개꼴이다. 약사계에선 운영 성과 역시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 지역 24개 약사회에 따르면, 공공야간약국을 통한 의약품 구입 건수는 △2020년 4만5469건 △2021년 17만7994건 △2022년 20만3014건으로 증가 추세였고, 시민들의 복약 상담이나 응급상황 대응 관련 전화 상담도 1500건가량 이뤄졌다.
올해 서울시는 공공야간약국 사업에 12억3716만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세수 감소 등으로 내년 예산 규모(45조7405억 원)가 올해보다 약 1조4000억 원이 줄었기 때문에 사업비 전액 삭감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서울시는 시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야간 운영 약국'이 일부에 불과하기에 '야간 의료공백 우려'는 없다고 해명한다. 20일 서울시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내 밤 10시 이후까지 야간 운영하는 약국은 별도의 지원을 받지 않던 '일반 약국'까지 포함해 총 177개소다. 따라서, 해당 사업에 포함한 33곳의 공공야간약국은 전체의 19%에 불과하다. 이외에도 편의점 상비약 판매와 최근 구축한 '서울형 야간·휴일 소아의료체계'(30개 의료기관) 등으로 충분한 대체재가 있다고 서울시는 부연했다.
한편, 약사법 개정으로 중앙정부가 공공야간·심야약국 운영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향후 국비를 지원받아 해당 사업을 재개할 수 있단 것이다. 다만, 개정 약사법은 내년 4월 시행하며 보건복지부는 '공공심야약국 시범사업'을 지난해 9월부터 진행 중이긴 하지만, 서울시가 재정 지원을 기대하는 본사업은 내후년인 2025년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내후년까지 1년여의 공백 기간이 발생할 수 있다.
약사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약사회는 물론 부산이나 경상남도 등 지역 약사회까지도 서울시의 결정을 비판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대한약사회는 20일 입장문에서 "연간 총 45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운영하는 서울시가 고작 10억 원의 예산을 아끼고자 삭감한 것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잘 운영되던 공공야간약국을 하루 아침에 문을 닫게 만들어 응급실 갈 형편도 없는 서민들의 민생고 해결과는 완전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어린이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비대면진료를, 서울시는 서울형 야간 소아의료체계도 확대한 정책과도 '엇박자를 내는 결정'이라면서 오세훈 시장이 시정 슬로건을 내세운 '약자와의 동행'에도 위배한다고까지 지적했다.
약사회는 이어 "서울시외 시의회는 민생 예산을 실종시킨 후폭풍을 나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제라도 정부가 시행할 공공심야약국 정책에 적극 협조하고 현행 공공야간약국 제도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후속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현 기자 (jh@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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