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복의 백세시대 음식보감] 한약재는 중금속 `안전지대`
평소에 진료를 하다 보면 "한약이 간에 부담을 많이 준다고 하는데, 먹어도 괜찮을까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또, 일부 의사들은 한약이 중금속 덩어리라고 말해 한약을 사용하는 한의사 입장에선 난감할 때가 많다.
물론 모든 약물·음식은 간에서 대사가 이뤄져 독성이 없어진 후 물에 잘 녹는 물질로 변한 다음 배설되거나, 혹 독성이 없다 하더라도 해독 과정에서 독성이 강한 중간대사 물질이 생기며 간세포에 손상을 입히기도 하므로 약물이나 독성 물질에 의한 간의 독성에 의한 손상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선입견과 달리 전문 한약재의 경우는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백 종의 한약재 가운데 대부분은 무독하다고 밝혀졌다. 다만 부자, 초오, 천오, 옻, 반하, 남성, 광방기, 청목향, 섬수 등 알카로이드 성분이 풍부한 몇 가지 한약재에서만 간독성이 발견됐다.
한약에 생화학이 도입된 이래 광범위한 실험을 통해 거의 모든 한약재의 독성을 규명해 왔다. 비유컨대 일반적으로 먹는 쌀이나 산나물보다 더 철저한 실험 검증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한국 한의학연구원에서 진행한 연구결과 1000여 명의 환자 중 약 6명에게서만 간 손상이 발견됐지만, 이 환자들 모두 한약 때문이 아닌 개인마다 다른 특발성으로 나타난 현상이었다. 한약을 계속 먹으면서 시간이 지나 간 손상이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나 경향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히려 양약의 간독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흔히 먹는 타이레놀·아스피린 등의 해열진통제, 테트라사이클린·에리트로마이신 등의 항생제, 아이나·리팜핀 등의 항결핵제, 니조랄 등의 항진균제, 피임약 등의 호르몬제, 할로텐 등의 마취제, 심지어 과량의 비타민A 등 거의 모든 약물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한약도 중금속이 우려돼 먹는 걸 꺼린다는 이야기를 환자들에게서 간간이 듣는다. 심지어 일부 의사들은 한약에 중금속이 많아 위험하다는 이야기까지 한다. 과연 한약에 중금속이 얼마나 포함돼 있을까? 있다면 과연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 수준일까?
결론을 미리 이야기하면 식물 한약의 중금속은 우리가 매일 먹는 쌀보다 안전하다. 식탁에 흔히 등장하는 오징어나 생선·조개·해조류보다 훨씬 안전하다. 대표적 유해 중금속인 카드뮴의 허용 기준이 한약재는 0.3ppm 이하인 반면 쌀의 국제기준은 0.4ppm, 어패류는 2ppm 이하다. 이것만 봐도 한약의 중금속이 일반 식품보다 훨씬 안전함을 알 수 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체는 자연적으로 카드뮴(Cd), 비소(As), 수은(Hg), 납(Pb) 등의 중금속을 미량 함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중금속을 과다하게 복용하면 신경계통과 장기의 손상을 유발한다. 과거 일본에서 발생한 수은 중독에 의한 미나마타병이나 카드뮴 중독에 의한 이타이이타이병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이처럼 인체에 유해한 수준의 중금속 오염은 중금속과 관련된 폐광 지대나 중금속을 취급하는 공장 지대 주변에서 산출되는 농수산물을 통해 흔히 발생한다.
그렇다면 한약의 복용에 의해서도 이런 위험성이 나타날 수 있을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시중에 유통 중인 한약재의 수은 등 중금속을 조사했더니 국산 및 수입 한약재 모두에서 0.1㎎/㎏ 이하로 검출되어 현행법 기준(수은 0.2㎎/㎏ 이하)에 적합해 모두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한약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한약재는 의약품용 전문 한약재로서 국가기관인 식품의약품 안전청 기준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을 통과한 것만을 사용한다. 그러니 중금속 걱정하지 말고 안심하고 복용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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