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축복한 목사 ‘출교’ 징계…종교재판을 세속재판이 뒤집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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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재판'을 '세속재판'이 뒤집을 수 있을까.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8일(현지시간) 1300여년 만에 동성 커플에 대한 사제들의 축복을 공식 허용한 가운데 가톨릭과 뿌리를 공유하는 한국 개신교의 한 목사가 비슷한 축복식을 열었다가 징계를 받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목사 측은 "감리회의 징계로 인해 직업 수행의 자유와 노동권, 생존권, 양심의 자유 등 개인의 권리가 침해당했다"며 법원이 징계의 위법성을 심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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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사법심사 대상 되는지 쟁점
이 목사 측 “개인의 권리 침해당해”
감리회 측 “교리는 법원 심사 불가”
‘종교재판’을 ‘세속재판’이 뒤집을 수 있을까.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8일(현지시간) 1300여년 만에 동성 커플에 대한 사제들의 축복을 공식 허용한 가운데 가톨릭과 뿌리를 공유하는 한국 개신교의 한 목사가 비슷한 축복식을 열었다가 징계를 받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관심을 끌고 있다. 법원은 그간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와 정교 분리의 원칙에 따라 교단의 내부 결정에 개입하는 것을 가급적 자제해 왔는데, 이번 사건에서 변화된 입장을 보일지 주목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영광제일교회 소속 이동환 목사가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를 상대로 제기한 징계 무효 확인 소송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이다. 이 목사는 2020년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2022년 10월 감리회 총회재판위원회로부터 ‘정직 2년’ 징계를 받았다. 감리회의 교리와 장정(교단법)에서 처벌 사유로 규정한 ‘동성애 찬성 및 동조’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목사는 지난 2월 법원에 징계가 부당하다며 무효로 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소송이 진행 중이던 지난 8일 감리회 경기연회 재판위는 이 목사가 성소수자 환대 예배를 했다며 교단에서 추방하는 ‘출교’ 징계까지 추가로 내렸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교단의 징계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다. 대법원은 그간 판례를 통해 종교단체의 징계 결의 등 내부 의사결정은 원칙적으로 심리·판단하지 않고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운 바 있다. 다만 대법원은 ▲교단의 결정이 개인의 구체적인 권리와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교단 결정 절차 등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는 사법부가 제한적으로 심사할 수 있다고 봤다. 이 경우에도 교단 결정이 종교상의 교의나 신앙의 해석과 깊이 관련된다면 심사 대상이 안 된다는 엄격한 조건을 달았다.
이 목사 측은 “감리회의 징계로 인해 직업 수행의 자유와 노동권, 생존권, 양심의 자유 등 개인의 권리가 침해당했다”며 법원이 징계의 위법성을 심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목사 측은 또 감리회의 ‘동성애 찬성 및 동조’를 처벌하는 규정이 헌법에도 위배되므로 징계가 무효라는 논리도 제기했다. 이 목사 측 대리인인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성소수자를 축복했다고 징계한다면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따라서 사법적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감리회 측은 이 목사의 징계 사유인 ‘동성애 찬성 및 동조’는 교리 해석의 문제인 만큼 법원이 심사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소송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 이원석)는 앞서 이 목사와 감리회 측에 ‘이 사건이 사법심사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내년 3월 20일 법정에서 양측을 불러 직접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일각에선 법원이 종교 내부 의사결정에 대한 사법심사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준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올해 게재한 논문에서 “단체 구성원에 대한 징벌이 법률상 쟁송 대상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사법 자제’를 근거로 심사를 거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종교단체의 결의라고 해서 다른 단체의 결의와 차별 취급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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