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 진짜 똑똑해”...저출산도 괜찮다는 진화학자, 왜
“역시 대한민국 사람들은 진짜 똑똑하다. 진화적으로 우리는 정말 기가 막히게 적응을 잘하는 민족이구나. (동물에 비유하자면) 상황이 좋아졌을 때 새끼를 낳아야 하는 거예요.” 한국의 저출생 문제에 대해 진화생물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내놓은 답이다.
최재천 교수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에는 지난 14일 ‘국가 소멸? 내가 힘든데 그게 중요한가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에는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개그맨 서경석, 개그우먼 임라라,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이 출연해 한국의 저출생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서경석은 “국가가 지원한다고 하지만 해가 지나도 달라지는 것 없고, 근본적으로 사회가 받쳐주지 않는 현실에서 (출산율이) 악화되고 있지 않나”며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지 않는 데다가 출산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 아이를 낳는 가치와 내 일을 유지할 가치를 비교하는 상황들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저출생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고, 수없이 많은 노력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0.7명(현재 한국 출산율)이 0.3명이 되는 날이 아닌 1.8명으로 올라가는 세상이 올 거라고 본다”고 했다.
임라라는 “출산을 해야 하는 여성의 입장에서 ‘국가가 소멸한다’는 얘기는 내가 죽게 생긴 상황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합리적인 저항의 측면이 크다. 출산을 못 하는 이유는 결혼 자체를 안 해서다. 결혼을 할 수 없는 (현실적) 상황이 젊은이들을 힘들게 한다. 결혼의 평균 연령이 너무 높아졌다”고 했다.
그는 “사람은 결국 자신이 이득이 되는 대로 살지 않나. 농경사회 때는 애를 많이 낳으면 애들이 나한테 도움이 됐다”면서 “하지만 요즘은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고, 30대까지도 부모님 수하에서 용돈 받는 젊은 친구도 많다. 슬프지만 (아이가) 필요 없어지기 때문에 더 (출산율이) 줄어들 것 같다”고 했다.
강형욱은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인구가 25억명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75억명이니까 인구감소는 자연발생적인 현상이지 않을까”라면서 “100년, 200년 뒤에는 인구가 확 줄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에 최재천 교수는 “어떤 의미에서 보면 대한민국 사람들은 똑똑하다. 다른 면으로 얘기하자면 진화적인 관점으로 정말 기가 막히게 적응을 잘하는 민족”이라며 “이렇게 상황이 안 좋은데, 동물스럽게 표현을 하자면 새끼를 낳아서 기를 수 없는 상황에서 새끼를 낳는 동물은 절대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없다. 상황이 좋아졌을 때 새끼를 낳아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출산율 1.8명 혹은 인구가 줄어들지 않는 수준의 출산율인 2.1명을 회복하는 날이 올 수도 있지만 저는 그런 날 안 왔으면 좋겠다”며 “지금은 우리가 억지로 지구가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놓은 상태인데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또 “모든 환경 문제는 궁극적으로 다 인구 문제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벌어지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실은 우리는 줄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몇십년 동안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나.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산아제한에 성공했고, 아프리카나 다른 나라에 열심히 전파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국민의 숫자가 줄어든다고 잘 사는 나라들이 도로 출생률을 높이는 일을 하다 보니까 전 지구적으로는 재앙”이라며 “경제학자들은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살기 힘들어진다는 걱정을 하지만, 적은 숫자의 국민으로 어떻게 사람답게 살 수 있느냐를 모색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 지구적으로 합의를 이룰 수 있다면 오히려 인구가 서서히 줄어들면 지구는 훨씬 더 살기 좋은 행성이 될 것”이라며 “그 선도적인 역할을 어쩌면 지금 대한민국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저출생 예산 투자,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임라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저출생 대책에 투자됐다는 뉴스만 나오지, 실제 체감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이런 것들이 뒷받침돼서 (아이) 낳고 싶은 친구들이 빨리 낳아서 행복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면 출산율이 올라가지 않을까”라고 했다. 강형욱도 “안 낳겠다는 사람 들들 볶지 말고, 낳은 사람 칭찬하자. 그 돈(정부 지원) 다 모아서 아이 낳은 사람에게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재천 교수는 “정부가 많은 돈을 투자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우리 정부는 많은 돈을 투자한 것이 아니다. 정부가 투자했다는 예산은 곁다리에 쓴 것도 다 합친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볼 때 돈을 많이 쓴 나라 축에 끼지도 못한다”며 “(정부가 출산율 높이는데) 돈을 쓰려면 지금과 비교가 안 되는 예산을 투입해서 ‘출생을 하느냐’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환경을 잘 만들어 주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사람이 행복한 상황을 만들어 줘야 한다. 좀 더 적극적이고 과감한 정책을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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