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지배구조 개선안…사외이사 역할 더 커진다
21일 열리는 후보추천위원회서 심사 가능
지난 3월 이후 8개월여 동안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모색해온 포스코홀딩스가 지난 19일 이사회에서 최종안을 확정했다. 오랜 숙의를 진행해온 터라 전날 이사회 결의는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란 전망과 달리 이사들 간 다양한 주장이 전개되면서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예상이 빗나간 대목은 또 있다. 포스코 안팎에선 지배구조개선안 확정과 함께 나올 것으로 봤던 최정우 회장의 연임 도전 여부 등 거취 표명은 없었다.
20일 포스코 관계자 등의 설명을 들어보면, 전날 이사회는 오후 3시에 열려 저녁 8시까지 5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사외이사 7명·최정우 회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5명 등 이사 전원이 참석했다. 안건으로 올라온 ‘지배구조 개선안’이 지난 3월 이후 꾸준히 검토된 점에 비춰보면 결의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다.
이사회 결의안을 보면 그 실마리가 잡힌다. 결의안에는 ‘셀프연임제’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현직 회장 연임 우선심사제’는 삭제됐다. 이 제도에 대한 안팎의 비판이 많았던 터라 예상된 결론이다. 특이한 점은 우선심사제 폐지와 함께 현직 회장이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연임 도전 여부를 밝히도록 한 조항도 삭제된 대목이다. 최정우 현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차기 회장 후보군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실제 오는 21일 예정된 임시 이사회 뒤 시이오(CEO)후보 추천위원회가 가동되면 최 회장은 차기 회장 후보로 심사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의 임기 만료 3개월 전 연임 도전 의사를 밝히도록 한 조항이 삭제된 배경은 명확하지 않다. 이사회와 회사 쪽 모두 이에 대해 언급을 꺼리고 있어서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한 사외이사는 한겨레에 “이사회 논의 내용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기로 서약을 맺었다”고만 말했다. 포스코 쪽도 뚜렷한 설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 회장의 행보가 의미심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지난 7일 포스코홀딩스 주식 700주를 3억710만원을 주고 장내 매수했다. 이에 따라 그의 보유 주식은 3338주에서 4038주로 늘었다. 연임 도전 여부를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던 시점에 나온 최 회장의 주식 매수인 터라 여러 해석이 뒤따랐다. 단순한 ‘재테크’ 목적은 아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통상 퇴임하는 최고경영자는 보유 주식을 매도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한 예로 권영수 엘지(LG)에너지솔루션 전 부회장도 최근 회사에서 물러나며 보유 회사 주식을 모두 팔았다. 이외에도 최 회장은 박태준 포스코그룹 초대 회장 기일(13일)을 맞아 묘소를 참배하기도 했다. 다만 박 초대 회장 기일에 현 회장의 참배는 관례라는 게 회사 쪽 설명이다.
앞으로 차기 회장 선출은 사외이사의 의중이 가장 크게 작용할 예정이다. 이번 결의안에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을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키로 하는 방안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로 확정될 신임 회장을 뽑는 이들은 현 사외이사 7명이다. 이들 중 최 회장의 임기가 시작된 2018년 7월 이전에 임명된 이는 없다. 다만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 권태균 전 조달청장, 김성진 전 해수부 장관 등 사외이사 3명은 내년 3월 최 회장과 함께 임기가 만료된다. 본인들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회장을 뽑는 핵심 역할을 하게 되는 모양새다.
김종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상근변호사는 “(국민연금이 대주주인) 포스코그룹은 한국에서의 공공적 위치를 반영해 대표이사 후보군의 심사와 절차, 선정 이유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그룹은 이날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 겸 그룹 최고기술관리자(CTO)가 사장으로 승진했다. 회사쪽은 “회장 선임 절차가 가동 중이기 때문에 그룹 사장단과 포스코홀딩스 임원의 인사는 추후에 진행한다”고 밝혔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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