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경제·산업분야 전문가… "인구문제·디지털전환 근원적 해결 논의해야"
내년 경제변수 '인플레' 꼽아… "50년 노하우 국제사회 알릴겁니다"
주현 산업연구원장
"우리나라 산업·경제분야의 유일한 국책연구기관에 걸맞는 위상을 재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연구성과 공유·확산체계를 재구성하고 연구성과의 글로벌 확산과 국제교류 협력 네트워크 확장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경제·산업분야 전문가인 주현(63·사진) 산업연구원장은 2년 반 전 취임 당시 강조한 산업연구원(KIET)의 연구성과 접근성 제고를 위해 달려왔다.
주 원장은 "50여년 동안의 정책연구 노하우와 수 많은 연구성과가 정책당국이나 일반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국책연구기관으로서 경제·산업 성과와 취지를 국제사회에 제대로 알릴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은 1976년 설립된 이래로 제조업, 서비스업, 중소·벤처기업, 무역통상, 지역발전 등의 분야를 망라한 산업정책을 연구하는 국가정책연구기관이다. 최근에는 기술혁신, 탄소중립, 공급망 및 경제안보 등 글로벌 산업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국 산업의 미래경쟁력과 체질 강화를 위한 정책연구에 역점을 두고 있다.
주 원장은 산업연구원에서 중소벤처기업실장, 산업경제연구실장을 거쳐 2016년 6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산업연구원 부원장을 역임했다. 이후 대통령비서실에서 중소기업비서관과 중소벤처비서관으로 일했다.
그는 "벤처기업 정책의 도입 및 정착에 일조하고 상생협력, 동반성장 등 대·중소기업협력 정책의 올바른 기조 확립에 기여했던 게 정책연구자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대통령비서관으로 복무함으로써 오랜 기간의 연구경험을 정책현장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국민에게 봉사할 기회를 갖게 된 점이 보람 있었다"고 회고했다.
벤처기업은 주 원장이 특히 강조하는 분야다. 주 원장은 "대기업은 글로벌 산업을 선도할 정도로 규모도 커졌고 수익성도 확고한데 비해 중소·벤처기업의 저변은 아직도 취약해 우리 산업생태계가 중장기적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약한 고리가 되고 있다"며 "최근 미·중 패권경쟁의 여파로 경제안보 관점에서 대기업 중심 첨단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벤처기업이 정책적 관심에서 벗어나고 있지 않나 심히 우려된다. 끊임없는 벤처기업의 출현과 성장으로 우리 경제의 혁신생태계가 강건해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 원장이 산업연구원장 취임 이후 급변하는 경제 환경변화에 대응하고 국정과제와 연계된 선제적·적시적 연구를 강화하기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탄소중립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탄소중립 연구그룹'을 조직하고 정부 뿐만 아니라 산학연 전문가 협의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산출된 연구성과와 정책제언은 탄소중립위원회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환경친화적 산업구조로의 전환 촉진에 관한 법률' 등에 반영됐다. 또 산업연구원은 세계적 글로벌 공급망 재편 동향 및 위기 요인에 대한 심층 검토를 위해 소부장경쟁력강화위원회 산하에 산업연구원 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GVC 재편대응 특별위원회'를 신설·운영해오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성과가 도출돼도 국민 접근성은 산업연구원의 숙제로 남아있었다.
주 원장은 "연구성과 공유·확산체계를 재구성하고 연구성과의 글로벌 확산과 국제교류 협력 네트워크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며 "산업·경제에 대한 분석결과 및 연구성과들에 대해 국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유튜브를 비롯한 동영상 콘텐츠 제작을 확대하고 있으며, 젊은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비롯한 SNS 채널을 구축했다. 그리고 글로벌 위상을 한 단계 높이고자 대외협력부서를 확대 개편하고 국제협력 활성화 및 연구성과의 글로벌 확산을 위한 3개년 계획을 수립해 실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내년 경제 상황 변수로는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주 원장은 "당초 중국의 리오프닝이 우리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지만, 중국의 부동산 경기 부진 등으로 중국 경제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아서 올해 수출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하반기 이후 반도체 경기가 반등하면서 수출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과 수입 원자재 및 중간재 가격의 안정으로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 팬데믹 이후 벌어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세계 각국이 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렸다"며 "한국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금리를 미국 등 선진국보다 소폭 조정했고 그 결과 원화의 약세는 어느 정도 불가피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취약한 가계와 기업 부실 현실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주 원장은 "부동산 PF 대출의 위험성이 증대되고 한계기업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상황과 취약 부문에 대해 상당한 경계심을 갖고 모니터링을 이어가는 동시에 취약 부문의 부실이 경제 전체로 퍼지지 않도록 선제적이고 미시적인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산업연구원은 한국 경제에 미치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커지는 점을 고려해 내년도 연구방향을 '글로벌 복합위기 대응을 위한 한국 산업의 역동성 강화'로 설정했다. 2026년 개원 50주년을 맞아 '한국의 산업발전사'와 '한국 산업 2050' 등 사업도 기획 중이다.
주 원장은 "한국이 처한 근원적 문제를 논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인구구조 변화와 디지털 전환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연구과제들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석준기자 mp125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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