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순의 느린 걸음] 절실한 ‘플랫폼법’, ‘잘’ 만들어야
일각에서는 공정거래법이 있는데 플랫폼법을 또 만드는 것은 이중규제라고 비판하지만, 시장경쟁 유지에 골든타임이 절실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플랫폼법은 꼭 필요해 보인다. 플랫폼 사업은 첨단기술과 창의력으로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생산자에게는 판로를 보장하는 혁신적 사업모델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로 인한 독과점 가능성을 함께 가졌다. 특정 사업자가 악덕기업이라서가 아니다. 플랫폼 산업의 특성이 그렇다. 이 때문에 혁신 플랫폼이 생겨난 뒤 일정 규모 이상 몸집이 되면 시장경쟁을 저해하지 않도록 관찰하고 규제하는 정부의 역할이 필수지만 공정거래법으로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정부의 기민한 플랫폼법 준비가 반갑다.
문제는 어떻게 잘 만드느냐다. 독과점 위험기업을 미리 지정해놓고 관찰하는 강력한 사전규제 모델이라는 플랫폼법은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과 닮은꼴이다. 우리 정부가 DMA를 벤치마킹한다면 EU의 디지털 전략 전체를 찬찬히 벤치마킹했으면 한다. DMA는 겉모습만 보면 온통 규제만 있는 무지막지한 법이다. 그런데 전체 프레임으로 보면 EU의 큰그림이 보인다. EU는 지난 2015년부터 디지털 시장에 대한 규제와 성장 프레임을 짰다. 2015년 5월 '디지털 단일시장 전략'을 통해 유럽 전체를 단일 디지털 시장으로 획정하고 디지털 서비스와 공급망에 대한 EU의 지향점을 천명했다. 2016년에는 일반데이터보호규정(GDPR)을 통해 디지털 사업의 핵심인 개인정보에 대한 유럽 단일표준을 제시했다. 이후 개별 사업자 규제를 위해 DMA와 디지털서비스법(DSA)을 내놨다. 두 법은 상호 보완관계다. 유럽 내 통신망 투자를 위한 디지털네트워크법(DNA)도 발표를 준비 중이다. AI법과 데이터법도 잇따라 발효를 앞두고 있다. 결국 DMA는 EU의 디지털 시장 획정부터 규제, 진흥, 소비자 보호에 이르는 패키지 중 한 조각이다. 거대한 유럽 디지털 시장을 규정하고 디지털 비즈니스의 영역별 특성에 맞춘 맞춤형 기준을 10년간 차곡차곡 내놓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법 준비 과정에 신중히 봐야 할 다른 한 가지는 정부의 목표다. EU는 미국의 빅테크기업을 상대로 유럽 내 강소기업과 소비자를 보호하는 단일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소상공인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국내외 플랫폼을 공정하게 규제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한국 기업을 키워 해외로 내보내야 하는 복잡한 과제도 안고 있다. 그러니 겉으로 보이는 DMA의 조항들만 달랑 들고 오면 몸에 맞지 않는 명품 옷을 걸친 모양새가 될 게 뻔하다. 국민의 후생과 소상공인을 보호해 줄 한국 실정에 맞는 플랫폼법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 정부가 한국의 디지털 시장을 면밀히 들여다보면서 정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플랫폼법을 만들었으면 한다. 서두르는 것보다 '잘' 만드는 것이 법을 만드는 기본 자세다.
cafe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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