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의 세상만사] ‘김건희 특검법’ 與의 딜레마
덫에 빠지는 일도 피해야
특검 버금갈 조치 필요해
지난 4월 27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은 쌍특검법안에 대한 '신속처리안건 지정 동의의 건'을 통과시켰다. 국회법에 따라 신속처리안건은 최대 상임위 180일, 본회의 60일이 경과한 22일 이후 "처음으로 개의되는 본회의에 상정된다." 28일 본회의가 열릴 경우 (자동)상정된다는 말이다. 특검법 통과 후 공포, 특검 임명,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2월 중순경 특검 수사가 시작되고 1차 수사기간(70일)인 4월 말까지 수사를 할 수 있다. 4월 10일 선거를 겨냥한 시간계산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수사 상황을 브리핑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있다. 김 여사와 관련자 소환, 사저 및 사무실 압수수색 등의 뉴스가 연일 언론을 도배하는 가운데 총선이 치러지는 것이다. 범죄 수사가 목적이 아니라 야권의 총선용 회심작이 김건희 특검임이 명백하다.
내용도 문제 소지가 있다. 특검 수사대상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뿐만 아니라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으로 규정되어 있다. 사실상 김 여사에 관한 모든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특검 추천은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와 '교섭단체가 아닌 원내정당들'이 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만이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대한변협 혹은 특검추천위원회 등에서 추천하도록 했던 전례들에 비추어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고검장 대우 특검과 검사장 대우 특검보 4명, 파견검사 20명, 파견공무원 40명, 특별수사관 40명 등 인원과 81억원의 예산(추계)이 드는 방대한 규모도 문제다. 주가조작 의혹 수사만을 위해 국정농단 특검에 버금가는 진용을 만들도록 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정면돌파가 최선이지만 이번처럼 의도를 갖고 쳐 놓은 덫에 발을 들여서도 안 된다.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이유이다. 문제는 특검에 찬성하는 압도적 여론이다. 거부권 행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정면돌파에 버금가는 선제적 대응이 있어야 한다. 많은 언론이 지적하듯 대통령 친인척을 감시할 수 있는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제2부속실 설치도 즉시 할 수 있다. 김 여사의 모든 활동을 공식적으로 보좌해야만 함정에 빠지는 일도 미연에 방지하고, 의혹의 눈초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좀 더 공세적으로 총선 후 특검법을 받아들이겠다는 선언도 검토해야 한다. 선거 후 수사대상을 주가조작 의혹으로 한정하고, 특검 추천도 공정한 방법이라면 끝까지 피할 이유가 없다. 야당 역시 일방적 마녀사냥을 통해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려는 정략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당에 등 돌린 민심이 야당에도 가지 않는 이유를 성찰해야 한다. 특검 수사가 필요하고 그런 목적이라면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황에서 진행하는 건 문제가 없다. 여야 모두 진정으로 '정치'가 필요한 시간이 지금이다.
dinoh786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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