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기술, 팀 위한 희생" 이강인 향한 프랑스 매체 연이은 '혹평'에 엔리케, 직접 이강인 변호
[OSEN=정승우 기자] 루이스 엔리케(53) 파리 생제르맹(PSG) 감독이 애제자 이강인(22)을 향한 최근 프랑스 현지의 좋지 못한 반응에 강력하게 반박했다.
프랑스 'RMC 스포르트'는 19일(이하 한국시간)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의 매력에 사로잡혔다"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12일, 프랑스 매체 '플래닛 PSG'는 "프랑스 축구 전문가 피에르 메네스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강인을 '과대평가됐다'라고 평가했다"라며 메네스의 의견을 전달했다. 매체는 "이강인은 과연 과대평가됐는가(PSG : Kang-In-Lee surcoté)?"라는 제목으로 이 의견을 게재했다.
지난 시즌인 2022-2023시즌 소속팀 RCD 마요르카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이강인은 대한민국 최고의 미드필더로 떠올랐다. 마요르카 소속으로 2번째 시즌을 맞이한 이강인은 리그 36경기에 출전해 6골과 6도움, 총 12개의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공격 포인트만 쌓은 것이 아니다. 이강인은 뛰어난 상황 판단과 센스 넘치는 전진 패스, 저돌적인 드리블과 볼 키핑 능력을 보여주면서 상대가 누구든 자신의 장점을 여과 없이 선보였다.
이강인은 2022-2023시즌 라리가 최고의 팀을 뽑는 'TOTS(Team of the season)'에도 미드필더 부문 후보에 올리기도 했다. 비록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능력은 제대로 인정받은 이강인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시즌 종료와 동시에 유럽의 거함들이 이강인에게 관심을 표했다.
이강인은 프랑스의 맹주 PSG를 택했다. 이강인이 스페인을 떠나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는 만큼 적응과 관련해 우려하는 이도 많았지만, 이강인은 단숨에 팀에 녹아들었다.
팬들의 우려도 이유는 있었다. 팀에 입단한 뒤 곧바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위해 잠시 팀을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이강인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 뒤 곧바로 중국 항저우로 이동, 중국 진화에 있던 황선홍호에 합류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과 함께 PSG에 복귀한 이강인은 우려와 달리 빠르게 팀에 적응했다. 팀의 '핵심' 킬리안 음바페와 경기장 안에서는 물론 훈련장에서도 마치 절친을 대하듯 친근한 모습을 보여줬다.
프랑스 매체 '르 10 스포르트'는 지난달 30일 "PSG는 리오넬 메시에 비견되는 크랙을 영입했다. PSG 신입생 중에서 이강인이 특히 눈에 띈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후 이강인은 선발로, 때로는 교체로 출전하며 날카로운 패스를 선보였다.
물론 좋은 평가만 있던 것은 아니다. 지난달 29일 치른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 선발로 출전했던 이강인은 프랑스 매체 '레퀴프'로부터 10점 만점에 4점을 받으며 "공격에서 번뜩이는 장면 한두 번뿐, 낭비가 심한 플레이 때문에 영향력이 없었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메네스는 당시 "나는 이강인이 늘 가볍다고 주장했다. 그가 2~3골을 기록한 것은 사실이지만, 난 이강인이 가볍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는 개성이 부족하다. 측면에서 드리블 빈도가 특히 높고 전진 패스 능력도 부족하다"라고 평가했다. 그저 그런 선수라는 평이다.
이어 메네스는 "이강인은 브레스투아와 경기에서 음바페에게 좋은 어시스트를 올렸지만, 여전히 충분치 않다. 그는 PSG에서 요구하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팀 수준에 어울리지 않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강인은 지난 14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도르트문트전이 끝난 뒤에도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90min' 프랑스판은 "실망스러운 경기력이었다. 모든 기회를 놓쳤다. 기술은 뛰어나지만, 공을 전달하면서 실수를 저질렀다"라며 평점 3점을 줬다.
'풋메르카토'도 "이강인은 선발로 나섰다. 공격에서 빛을 발하고 기술적인 지배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그는 부정확한 패스를 연발했다. 수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반대의 행동을 했다"며 3점을 주는 데 그쳤다. 이강인은 '레퀴프' 기준으로도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낮은 점수인 4점을 받았다.
'프랑스 블루'는 더 심했다. 해당 매체는 "이강인은 PSG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척한다. 발전할 가능성도 있지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이 열리는) 2월까지는 안 될 것"이라며 '중요한 척'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지난 18일 릴과 경기 후에도 이강인을 향한 혹평이 이어졌다. 왼쪽 미드필더로 나선 이강인은 정확한 패스로 팀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브래들리 바르콜라와 원투 패스를 주고받은 뒤 측면 수비를 괴롭혔고 우스만 뎀벨레와 킬리안 음바페를 향해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찌르기도 했다.
'르 파리지앵'은 이강인에게 팀 내 최하점을 줬다. 매체는 "이강인은 경기에서 벗어났다. 그는 완전히 실패했다. 긍정적인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고, 있더라도 찾기 매우 어려웠다. 너무 애매한 활약들뿐이었다"라며 평점 3점을 매겼다.
이강인으로서는 억울할 수 있다. 최근 공격 포인트가 없는 건 사실이지만, 엔리케 감독의 요구에 따라 경기마다 다른 역할로 나서고 있다. 한 경기 내에서 위치와 역할을 바꾸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강인은 지난 10월 AC 밀란 골망을 흔들며 PSG 데뷔골을 쐈고, 이어진 브레스트전에선 음바페의 골을 도우며 첫 도움까지 올렸다. 몽펠리에전에선 대포알 왼발 슈팅으로 득점하며 11월 리그 1 이달의 골까지 거머쥐었다. 분명 좋은 모습을 보인 경기도 있다. 매체들의 혹평, 특히 '중요한 척' 한다는 평가는 맞지 않다.
엔리케 감독도 직접 입을 열어 이강인을 감쌌다. 그는 2023년 마지막 경기인 21일 메츠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강인은 라리가를 챙겨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강인은 한국의 슈퍼스타다.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선수다. 그는 오른쪽 윙어, 왼쪽 윙어로 뛰었으며 중앙에서도 뛸 수 있다. 때로는 가짜 공격수 역할도 맡을 수 있다"라며 이강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엔리케는 "이강인은 최고의 기술을 가졌고 수비 능력도 뛰어나다. 팀을 위해 많이 희생했다. 팀에 이렇게 여러 능력을 갖춘 어린 선수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라며 "이강인은 재미있고, 착하다. 모든 걸 가진 선수"라고 칭찬을 늘어놨다.
PSG 팬들은 현지 평가와 별개로 이강인에게 빠져 있다. RMC 스포르트는 "이강인은 부상과 금메달을 따고 돌아온 아시안게임 때문에 시즌 초반 결장했지만, 이후로는 자기 자리를 차지했다. 비록 그는 여전히 일관성이 부족할지라도 기술과 자신감, 비전 덕분에 PSG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매체는 "매 경기 수십 명의 한국 팬들이 이강인을 보기 위해 파르크 데 프랭스 관중석을 찾는다. 한국의 아이돌인 그는 라커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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