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영화결산②] 영화계 떡상 '콘크리트 유토피아'·내 마음의 치명상 '화란'·상상 그 이상 '잠'

최지예 2023. 12. 2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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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팬데믹 직격탄으로 휘청인 한국 영화계는 양적, 질적인 면 에서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며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 준비된 영화계 떡상 (감독 엄태화, 2023.08.09 개봉)아파트라는 공간적 특성에 대한 고찰에서 시작된 이 영화는 인간성으로 확장돼 커다란 메시지를 던진다.

송중기는 독립영화 시장에서 돌아다니던 '화란' 시나리오에 매료됐고, 개런티 한 푼 받지 않고 치건 캐릭터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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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최지예 기자]

/사진 =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화란'-'잠' 포스터

2023년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팬데믹 직격탄으로 휘청인 한국 영화계는 양적, 질적인 면 에서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며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창작자와 영화인들이 새로운 이야기가 담긴 영화로 관객들에 노크했다. 올해 관객들을 만난 한국영화 중 박수칠 만한 UP3 꼽았다.

올해 UP3은 공교롭게도 신인급 감독들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텐아시아가 작품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한 세 작품 모두 신인급 감독의 연출작이다. 한국영화의 미래가 밝다는 뜻이 되겠지만 반면, 오랜 시간 영화계 몸 담았던 선배 감독들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콘크리트 유토피아' = 준비된 영화계 떡상 (감독 엄태화, 2023.08.09 개봉)

아파트라는 공간적 특성에 대한 고찰에서 시작된 이 영화는 인간성으로 확장돼 커다란 메시지를 던진다. 부로 대변되는 현대사회의 계급 의식을 뒤집고 비꼰다. 그 속에서 변화하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들은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엄태화 감독은 두 번째 장편영화를 통해 갈고닦은 내공을 터트렸다. 여기에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등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연기가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디스토피아적 어두운 분위기를 선호하지 않는 관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탓에 대단한 흥행기록을 써내리진 못했지만,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와 완성도, 연출력, 미장센과 사운드까지 특별히 빠지는 데 없는 수작이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만장일치로 아카데미 후보에도 올랐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에게 '준비된 영화계 떡상'을 선사한다.

영화 '화란'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화란' = 내 심장에 치명상 (감독 김창, 2023.10.11 개봉)

송중기가 1번 롤을 내려놓았을 만큼 마력이 짙었던 영화다. 송중기는 독립영화 시장에서 돌아다니던 '화란' 시나리오에 매료됐고, 개런티 한 푼 받지 않고 치건 캐릭터를 입었다. 작품 특유의 색깔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송중기는 신예 홍사빈과 김형서를 전면에서 뛰놀게 하고 물밑에서 중심을 잡았다. 거대한 감옥에 갇혀 죽은 것처럼 사는 치건(송중기)과 이미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살기를 꿈꾸는 연규(홍사빈)와 하얀(김형서)의 대비 속에서 여러 생각할 거리를 준다. 김창훈 감독은 입봉작인 '화란'으로 칸 영화제 초청될 만큼 주목을 받았다. 작품성, 메시지와는 별개로 역시 느와르 장르의 무거움을 반기지 않았던 극장 트렌드 속 흥행면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송중기는 오랜 시간 꿈꿨던 수컷 냄새 물씬 나는 치건 캐릭터를 통해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평을 받는다. '화란'은 '내 심장의 치명상'이다. 

'잠' 보도스틸/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잠' = 상상 그 이상 (감독 유재선, 2023.09.06 개봉)

가장 사랑하고 가까운 사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부 관계에서 켜켜이 쌓이는 '혹시'와 '설마'의 파장이 흥미롭고 예상 밖이다. 관객이 스스로 착각하고 의심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생각할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영화적 미덕이 탁월한 작품이다. 3막의 구조 속에서 점차 고조되고 격화하는 부부 사이 거리는  경험하지 못했던 불안을 쌓아올린다. 메가폰인 유재선 감독의 역량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작품이다. 유 감독의 스승인 봉준호 감독은 "최근 10년 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라는 한줄평을 이 작품에 선사했다. 배우에겐 도전이었겠으나 관객에게 안정감을 준 정유미와 최근 논란을 차치하고 바라본 이선균의 연기 앙상블이 훌륭하다. 이 작품 역시 칸 영화제에 초청돼 이례적으로 박수를 받을 만큼 좋은 평가를 받았다. 생각치도 못했던 충격을 안겨준 이 영화에 '상상 그 이상'을 주고 싶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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