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어려워진 대기업 '별' 따기 … 사장 젊어지고 곳간지기 약진

정승환 전문기자(fanny@mk.co.kr), 최현재 기자(aporia12@mk.co.kr), 오찬종 기자(ocj2123@mk.co.kr) 2023. 12. 2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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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제외한 주요그룹 정기인사 종합해보니
삼성전자 사장 승진 단 2명
신규임원 143명 6년來 최저
SK도 43% 줄어 82명 불과
LG그룹 CFO 출신 중용 주목
삼성전자 40대 부사장 11명 등
새 임원 평균 47.3세 세대교체
오너 경영인 신사업 전진 배치

연말 정기인사에서 삼성, SK, LG 등 주요 대기업들은 임원 승진 규모를 축소하며 조직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4대 그룹의 부회장 승진자는 아예 없었다.

세대교체를 통한 젊은 리더십 강화도 눈에 띈다. 곳간지기로 불리는 재무통도 중용됐다. SK처럼 오너경영자를 전진 배치한 그룹도 있다. 모두 위기 극복을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인사에서 단 2명만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전년 7명 대비 인사 폭을 최소화했다. 신규 임원은 143명으로 삼성 미래전략실 해체 뒤 단행된 2017년 5월 인사 이후 승진자 수가 가장 적었다.

삼성전자가 사장단·임원 승진 폭을 대폭 축소한 것은 반도체 업황 악화로 인한 실적 부진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삼성에서는 또한 오너일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제외하고 첫 1970년대생 사장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53세인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이다. 삼성전자는 30대 상무 1명, 40대 부사장 11명 등 젊은 임원들을 발탁했다. 삼성의 신규 임원 평균 연령은 47.3세다.

재무라인은 인사 변동의 바람을 덜 탄 무풍지대로 분류된다. 박학규 삼성전자 DX부문 사장과 김홍경 DS부문 부사장 등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유임됐다.

이병준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 김종성 삼성SDI 부사장, 김성진 삼성전기 부사장, 안정태 삼성SDS 부사장 등도 자리를 지켰다.

SK그룹 신규 임원은 82명에 그쳤다. 작년(145명)보다 43% 대폭 축소된 규모다. 평균 연령은 48.5세다.

SK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다수 관계사가 조직을 효율화하고 임원 규모를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는 미국 등 글로벌 오피스와 투자1·2팀을 SK(주)로 이관하며, 인력과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SK(주)는 바이오·그린·첨단소재·디지털 등 4개의 투자센터를 폐지했다.

바이오와 첨단소재 포트폴리오 관리를 자회사로 이관하면서 SK(주) 인력은 20%가량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부문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은 팀장 직급 10% 안팎 감축을 추진하며, SK텔레콤은 최근 조직개편에서 팀장급을 10% 축소했다.

조대식·박정호·김준·장동현 등 4명의 부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 대신 40~50대 최고경영자(CEO)들을 전진 배치했다. CEO가 교체된 수펙스추구협의회 멤버사는 7곳이다. 사장 승진자 6명 중 2명은 40대다.

주요 계열사 CFO들은 자리를 지켰다. 이성형 SK(주) 사장,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 김형근 SK E&S 부사장, SK온 김경훈 부사장은 유임됐다.

김양섭 SK이노베이션 부사장과 김진원 SK텔레콤 부사장은 서로 자리를 맞바꿨다. 정재헌 SK스퀘어 CFO는 사장으로 승진하며 수펙스추구협의회 거버넌스위원장에 선임됐다. SK CFO들은 권한이 강화되면서 CEO의 투자결정에 대한 검토기능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규 신임 SK이노베이션 사장과 류광민 SK넥실리스 사장은 최태원 회장 비서실장 출신이다. LG그룹도 소폭 승진은 마찬가지다. 전체 승진 규모는 2022년(160명)보다 줄어든 139명에 그쳤다. 신규 임원은 99명으로 지난해(114명)보다 13.1% 줄어들었다.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 시절 임명한 부회장단은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용퇴하면서 모두 현직에서 물러났다. 각 계열사 수장들은 젊은 피로 수혈됐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는 전임보다 12년,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9년 젊다. LG그룹 신규 임원은 1970년대 이후 출생이 97%를 차지한다. 평균 연령은 49세다.

LG그룹도 CFO 출신들이 중용됐다. 김창태 LG전자 CFO와 김성현 LG디스플레이 CFO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명석 LG생활건강 CFO는 전무로 승진했다.

GS는 CEO 4명을 교체하는 등 창립 이래 최대 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유재영 GS칼텍스 CFO는 GS파워 대표에 내정됐다.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 대표는 HD현대 인사에서 유일한 1970대생 CEO로 이름을 올렸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임원 규모를 축소하면서도 CFO들은 유임 또는 중용했다"며 "위기 때는 오너가 곳간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재무통이 약진한다"고 전했다.

오너 경영인들이 전진배치된 그룹도 상당수 눈에 띈다. 위기대응과 신사업·전략 발굴 차원에서다.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선임된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 최창원 부회장은 기획·재무 전문가로 사업 발굴과 재편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은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사업개발본부장을 맡게 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는 전무로 승진하며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직한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은 최근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허윤홍 GS건설 사장은 대표이사에 내정됐으며, 허서홍 (주)GS 부사장은 GS리테일 경영전략SU(Service Unit)장에 선임됐다.

HD현대는 정기선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오너 경영체제를 확고히 다지는 중이다. 구동휘 LS일렉트릭 대표는 LS MnM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이동해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주)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에 선임됐다. 삼양홀딩스는 전략총괄을 신설하며, 오너가 4세 김건호 사장을 총괄에 임명했다.

[정승환 재계전문기자 / 최현재 기자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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