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김윤석 "이순신 유언을 내가 할 줄은…코피로 응급실까지"[인터뷰]②
김윤석은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 이하 ‘노량’) 개봉을 기념해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20일 개봉한 ‘노량’은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김한민 감독이 ‘명량’을 시작으로 ‘한산: 용의 출현’을 거쳐 10년 만에 완성한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마지막 작품이다.
‘노량’에선 ‘명량’ 최민식, ‘한산: 용의 출현’ 박해일에 이어 배우 김윤석이 이순신 장군의 말년과 최후를 입체감있게 표현했다. 특히 ‘노량’을 기다려온 관객들에게는 ‘나의 죽음을 밖에 알리지 마라’는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대사를 김윤석이 어떻게 그만의 방식으로 표현할지가 최대의 관심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윤석은 “옛날에 영화 ‘1987’에서 박 차장 역할을 맡았을 때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말한 실제 대사를 내가 하게 되다니 싶었다. 이번에도 그때랑 똑같은 심정이었다. 장군님의 유언을 또 내가 하게 되다니란 생각이 들더라”고 소감을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장군님이라면 어땠을까. 가장 치열한 전투의 정점 순간에 그렇게 되시지 않았나. 그 순간이 최대한 방해받지 않게 말을 하고 끝내겠다는 생각을 반드시 갖고 대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최대한 전쟁 중인 우리 아군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게. 정확히 내 의견을 가장 짧게 전달하고 싸움이 급하니 전쟁에 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임했다”고 회상했다.
‘명량’, ‘한산’과는 달리 표현해내고 싶었던 ‘노량’에서의 이순신 장군의 면모도 언급했다. 그는 “명량해전과 노량해전 사이의 시기가 장군이 가장 힘드셨던 때다. 그동안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끼던 셋째 아들도 왜군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리며 “전쟁에 함께한 소중한 장수들도 너무 많이 잃었다. 그런 상황들을 거친 뒤 홀로 외로이 서서 이 전쟁을 어떻게든 마무리 지으려는 고독한 모습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촬영 중 코피가 흘러 응급실에 갔던 일화도 털어놨다. 김윤석은 “신을 찍다가 갑자기 코피가 나는 거다. 왜 코피가 나지? 약간 쉬었다고 하는데도 코피가 안 멈췄다. 그날이 아마 일요일이었을텐데 종합병원 응급실에 갔다”며 “의사님이 오시더니 옷을 다 벗으시라고 하더라. 이유를 들으니 첫째는 피곤의 누적 때문이고, 너무 꽉 끼는 옷을 입어서라고 하더라”고 떠올렸다.
그는 “갑옷을 그대로 입으면 태가 안 난다. 갑옷의 맵시를 살리려면 최대한 꽉 조여 입어야 하는데 그게 혈액순환을 방해한 것”이라며 “거기다 투구까지 쪼아 매서 쓰니 혈압이 오른 거라고 했다. 정상 혈압이 될 때까지 기다렸는데, 그날은 갑옷을 입으면 안 된다는 소릴 들었다. (다른 누군가 겪었을지도 모를 일을)내가 대표로 한 번 가줬다. 이런 건 장군님이 해야지 어떻게 하겠나”란 너스레로 웃음을 유발했다.
갑옷의 엄청난 무게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윤석은 “명나라 갑옷이 제일 가볍고 왜군 갑옷이 가장 무겁다”면서도 “제 갑옷 역시 쇠로 되어있어서 꽤 무겁다. 그러다 ‘한산’ 때 갑옷보니 왜 이리 가볍나 싶더라. 칼과 신발까지 신고 무게를 달면 20kg는 그냥 넘어갈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윤석이 실화 속 인물을 연기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윤석은 앞서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남한산성’부터 ‘1987’, 전작 ‘모가디슈’의 주인공들로 활약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묻자 김윤석은 “의도한 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그 당시 들어온 시나리오들 중 가장 훌륭한 것을 고른 것뿐이다. 그 사이 불변의 명작인 ‘미성년’(김윤석 연출작)도 있다”는 재치있는 답변으로 웃음을 안겼다.
최근 감기에 걸린 자신에게 김한민 감독이 건넨 말도 전했다. 그는 “열흘 전쯤 감기에 걸렸는데 김한민 감독이 ‘상서로운 징조’라고 하시더라. 이 사람은 지독한 인간이구나 싶었다”고 말해 폭소를 유발했다.
김윤석에게 ‘노량’은 어떤 의미였일까. “참된 시작을 위한 올바른 끝맺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량’은 이것만큼은 입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작품이다.” 그 말 끝에 자부심이 느껴졌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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