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는 이재명표 예산 얻고 與선 정부 재정건전성 지키고 [21일 예산안 처리]

김승환 2023. 12. 2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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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예산안 극적합의 안팎
여야, R&D·새만금 등 싸고 줄다리기
민주당 자체 감액수정안 강행 으름장
역대 최장 지각 처리 오명피하려 속도
28일 본회의 쌍특검 자동상정 표결 예정
예산안 협의 어려워질 전망 우려도 한몫
윤재옥 “법정시한 지키지 못해 송구”

국회가 가까스로 ‘역대 최장 지각 처리’ 오명은 피하게 됐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놓고 하는 말이다. 여야는 20일에야 예산안에 최종 합의하고 21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최종 처리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법정시한(12월2일)을 19일 지나 통과시키게 된 셈이다.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역대 최장 지각 처리 기록을 남긴 지난해 법정시한 초과일수(22일)보다 불과 3일을 당겨 처리하게 된 것이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양당 원내대표 회동이 끝난 뒤 예산안 최종 합의 사실을 발표하면서 “이미 법정시한을 넘긴 데다가 민생과 나라 경제를 감안하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양당 양보와 타협을 통해 오늘 합의에 이르렀다”며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한 데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또한 “법정시한을 많이 넘겨서 예산이 지연된 데 대해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내년도 국가 예산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일이었기에 상당한 노력과 협의가 진행되면서 불가피하게 일정이 지연됐단 걸 설명드린다”고 했다.
모처럼 손 맞잡은 여야 국민의힘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2024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합의문을 발표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 민주당 강훈식 의원, 홍 원내대표, 윤 권한대행,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예결위 여당 간사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 서상배 선임기자
지지부진하던 여야 예산안 협상은 민주당이 20일까지 합의가 되지 않으면 감액 수정안이라도 단독으로 처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민주당은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자체 감액 수정안 또한 준비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일 본회의 이후 예정된 28일 본회의에는 올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쌍특검(김건희 특검·50억클럽 특검)이 자동 상정돼 표결할 예정이기 때문에 20일을 넘기면 예산안 협의가 ‘산’으로 갈 수 있단 우려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그간 연구개발(R&D)·새만금·지역사랑상품권 예산 등 쟁점 예산을 놓고 ‘줄다리기’를 이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 예결위 간사인 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이날 예산안 합의문 발표 이후 협상 과정에 대해 “과정을 다 말하면 여기서 책 한 권을 쓸 수 있다”며 “결과물은 합의문 이 한 장에 있다”고만 했다.  

정부가 ‘건전 재정’ 기조 아래 이들 예산을 ‘칼질’한 데 대해 민주당은 그간 강하게 반발해 왔다. 이재명 대표는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물밑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 18일 국회 본청 앞 R&D 예산 복구 투쟁 농성장을 찾아 “국가 미래가 걸려 있는 R&D 예산을 수조원 삭감한다는 게 과연 이게 정상적인 생각으로 하는 일인지 의심스럽다”며 “R&D 예산 복구, 청년 예산, 지역화폐 예산, 새만금 예산, 서민 지원 예산 등을 반드시 증액 또는 복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 이날 합의문에는 △R&D 예산 6000억원 순증 △새만금 관련 예산 3000억원 증액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 3000억원 반영이 명시됐다.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의 경우 ‘이재명표’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는 예산이다. 실제 이 대표는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한오섭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취임 인사차 국회를 찾았을 때도 “골목상권 자영업자 지원에 필요한 지역화폐 예산에 조금 더 각별한 고려를 해 달라”고 했다. 민주당 홍 원내대표는 이날 합의문 발표 후 이들 예산 증액 합의를 염두에 둔 듯 “협상 막판에 윤 원내대표가 여러 정치력 발휘한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측 요구를 일부 받아들이면서도 정부 예산안 대비 증액되지 않도록 하는 데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예산안 합의와 관련해 “윤석열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유지한다는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있다”며 “야당과 협상에서도 정부안을 증액하는 것은 없다는 원칙을 가지고 협상에 임했다”고 말했다. 실제 21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산안 총지출 규모는 정부안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원내대표는 “새만금 예산이라든지 지역화폐 예산안, R&D 예산과 관련한 쟁점 예산안은 적정한 선에서 양보하고 타협했다”고 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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