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혼란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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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성문법 국가다.
이에 법원은 불가피하게 과반수 노조의 동의를 얻지 못했더라도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인 경우에는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인정해왔다.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할 때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지를 살필 것이 아니라 과반수 노조 등의 동의가 있었는지, 동의가 없다면 노조가 동의권을 남용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해당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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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성문법 국가다. 사회질서를 헌법과 법률에 따라 규율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법원이 오랫동안 유지된 판례를 변경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만약 법원의 판례 변경이 사회 구성원들의 신뢰와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결국 법률로써 문제를 해결해 법과 판례의 선순환을 통한 상호 보완에 나서야 한다.
지난 5월 대법원은 45년간 유지되며 기업들의 인사 관리에 중요한 기준이 됐던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과 관련된 판례를 변경했다.
우리 법은 회사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과반수 근로자 또는 과반수 근로자로 구성된 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법 내용을 경직되게 해석하면 다수의 유리한 내용 가운데 극소수의 불리한 내용이 혼재된 취업규칙 변경이나 법 개정으로 취업규칙 변경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경우에도 과반수 노조 등의 동의를 반드시 얻어야 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이에 법원은 불가피하게 과반수 노조의 동의를 얻지 못했더라도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인 경우에는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인정해왔다. 그러나 지난 5월 대법원은 13명의 대법관 중 6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당 판례를 변경했다.
이번 재판의 대상이 되는 사건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기업 A사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40시간제가 도입되면서 기존에 연차휴가와 함께 활용되던 월차휴가 제도가 폐지되자 법 개정 내용에 맞춰 취업규칙 개정을 시도했지만, 과반수 노조의 동의를 얻기가 여의치 않았다. 이에 간부사원들에게 적용할 별도의 취업규칙을 제정하고 해당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 간부사원 중 89%의 동의를 받았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뒤 노조의 동의를 얻지 않은 간부사원 취업규칙은 위법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원고가 요구한 것은 MZ세대에게는 이름도 낯선 '월차휴가'에 대한 보상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오랫동안 유지됐던 판례를 바꿨다.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할 때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지를 살필 것이 아니라 과반수 노조 등의 동의가 있었는지, 동의가 없다면 노조가 동의권을 남용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해당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더욱이 대법원은 취업규칙 동의의 대상을 취업규칙이 적용되는 근로자가 아닌 장래에 해당 취업규칙이 적용될 수 있는 근로자까지로 확대하기도 했다.
이 같은 대법원의 판례 변경은 기존 판례를 신뢰한 기업들에 큰 충격을 줬다. 2023년에 이루어진 판례 변경을 통해 2004년의 취업규칙 변경이 잘못됐다는 결정을 납득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할 경우에 동의를 받도록 하는 원칙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과반수 노조 등의 동의가 없어도 취업규칙 변경이 가능하도록 해 단순히 절차의 문제를 넘어 실질과 내용을 살필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은 열어주어야 한다.
판례 변경으로 초래된 모순은 법률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법 개정이 미루어지는 동안 혼란과 다툼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일하는 국회, 국민들을 위하는 국회의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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