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판 지연, 개인 아닌 법원 구조적 문제”

안경준 2023. 12. 20. 17:4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재판 지연' 문제가 특정 정책이나 판사 각 개인의 문제가 아닌 법원의 구조적 문제라는 현직 부장판사의 주장이 나왔다.

20일 법원 내부에 따르면 전주지법 설민수(54·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법원 내부 게시판(코트넷)에 '재판 지연 이슈와 제도론(개인감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설 부장판사는 "한국 법원의 재판 지연 이슈는 누가 무슨 정책을 해서도, 개인의 문제는 더 아니다"며 "법원의 구조적 문제다"고 주장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직 부장판사, 내부망서 지적글
“박리다매식 저비용 고효율 제도
재판과정 복잡해지자 문제 야기”

‘재판 지연’ 문제가 특정 정책이나 판사 각 개인의 문제가 아닌 법원의 구조적 문제라는 현직 부장판사의 주장이 나왔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재판 지연 해소를 지속 강조하는 가운데 재판 지연 원인을 정책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바라보는 글을 남겨 주목된다.

20일 법원 내부에 따르면 전주지법 설민수(54·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법원 내부 게시판(코트넷)에 ‘재판 지연 이슈와 제도론(개인감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설 부장판사는 “한국 법원의 재판 지연 이슈는 누가 무슨 정책을 해서도, 개인의 문제는 더 아니다”며 “법원의 구조적 문제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스1
설 부장판사는 한국 법원은 다양한 가치관이 얽혀 깊게 심리해야 할 사건을 다루기 어려운 구조라고 봤다. “한국 법원은 압축 성장과 그를 위한 효율적이고 신속한 처리를 위한 제도를 위해 설계된 법원이다”며 “박리다매식의 저비용 고효율로 제도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고성장 시기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진 형태로 법원의 틀이 짜여졌다는 취지다.

이어 설 부장판사는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하면서 이른바 ‘개별화된 정의’에 따른 사회적 요구가 폭증하며 재판 지연 문제가 발생했다고 짚었다. 설 부장판사는 “판사들이 무신경하고 사회를 모른다는 인식은 위 요구와 관련이 있다”며 “공판중심주의 등 제도적 개선과 제도 도입이 이뤄졌다”고 적었다. 판사 수, 재판 시스템의 혁신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 과정이 복잡해지자 지연현상이 나타났다는 주장으로 보인다.

설 부장판사는 “미국은 20세기 중반 제도 혁신을 통해 사건을 외부로 전환했다”며 “한국에서 논의되는 디스커버리 제도도 외주화의 일환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환이 가능했던 것은 사회적 이익과 미국 변호사 사회의 이익 등이 합치했고 사회가 그 비용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며 “누군가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이끌어 내기를 기도할 뿐이다”고 글을 마쳤다.

설 부장판사는 2007년에도 법원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신속한 문제 해결에만 초점을 맞춘 형태로는 새로 등장하는 갈등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