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간병 지옥

심윤희 기자(allegory@mk.co.kr) 2023. 12. 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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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병 수발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간병비 폭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솟는 간병비는 자식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다.

오랜 병 수발 끝에 간병 살인, 동반 자살 등 비극적 사건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간병 부담과 관련해 "'간병 지옥'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라며 "간병서비스 체계를 종합적으로 구축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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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병 수발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가족 중에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있는 이들은 격하게 공감할 것이다. 정신적 고통보다 힘든 게 경제적 압박이다. '간병비 폭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솟는 간병비는 자식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다. 부모를 간병하다가 빈털터리가 된다는 '간병 파산'도 이제 익숙한 단어가 됐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어머니를 요양재활병원에 모신 A씨도 간병비로 허리가 휘고 있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도 수술·재활치료비에 1000만원 넘게 들었고, 2년째 요양병원에 월 350만원을 내고 있다. 동생들이 도와주긴 하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기준 간병도우미료는 1년 전보다 9.8% 상승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하루 7만~9만원 하던 간병비는 지금 12만~15만원 수준이다. 간병인을 둘 경우 매달 400만여 원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환자의 상태가 안 좋을 경우는 '부르는 게 값'이다.

간병 문제는 2023년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950만명에 육박한 초고령사회 한국에서 뜨거운 감자다. 오랜 병 수발 끝에 간병 살인, 동반 자살 등 비극적 사건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노노(老老) 간병'이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직장마저 그만두고 간병에 매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2021년 대구에서 22세 청년이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홀로 돌보다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은 가족 간병을 도맡은 '영 케어러(Young Carer)' 문제를 세상 밖으로 드러냈다.

우리는 모두 늙고, 병든 노년을 맞게 된다. 간병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간병 부담과 관련해 "'간병 지옥'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라며 "간병서비스 체계를 종합적으로 구축할 것"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요양·간병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간병비 건강보험 급여화'를 공약했다. 촘촘한 대책을 빨리 마련하고 실행에 옮겨야 간병 지옥도 사라진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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