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 수급자격 박탈" 없앴더니…오세훈의 소득실험
5%는 아예 중위소득 8% 넘어 탈수급
약자와의 동행을 기치로 내세운 오세훈 서울시장의 안심소득은 매우 간단하게 설계돼 있다.
일단 재산이 3억2600만원 이하이고 중위소득의 85%보다 못 벌면 자동으로 소득 지원을 받는다. 부양가족 유무, 근로조건 등 다른 증빙이 필요 없다.
중위소득의 85%에서 내 가구소득을 뺀 금액의 절반을 '안심소득'으로 지원 받는 구조다. 예를 들어 2023년 3인 가구의 중위소득은 443만5천원이고 중위소득의 85%는 대략 377만원이다.
3인 가구인데 한 푼도 벌지 못하면 가구소득이 0이므로 377만원의 절반, 즉 188만5천원을 지원받고((337-0)/2), 그것이 가구 총 소득이 된다.
재미있는 점은 가구소득이 발생하면 지원금액은 줄어들지만, 소득에 안심소득 지원금을 합한 총 소득은 올라간다는 점이다.
가구소득이 100만원으로 오르면, 안심소득 지원은 377만원에서 100만원을 뺀 277만원의 절반, 136만5천원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총 가구소득은 236만5천원으로 쓸 수 있는 돈은 벌지 않을 때보다 훨씬 많아진다.
가구소득이 200만원이 되면 안심소득 지원금은 88만5천원, 총 가구소득은 288만5천원이 된다. 이런 식으로 적게 벌면 많이 지원받지만, 내가 일을 해서 많이 벌수록 쓸 수 있는 총 소득은 늘어나는 형태로 설계돼 있다.
게다가 소득이 늘어 중위소득의 85%를 넘어 더 이상 안심소득 지원을 받지 않게 되더라도, 실직이나 질병으로 다시 가구소득이 줄어 85% 아래로 내려오면 자동으로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수급자로 재지정 받기 위해 추가적인 증빙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노동의욕을 꺾지 않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안심소득 1년 4개월 지원했더니…5집 중 1곳은 "소득 증가"
실제로는 어떨까. 서울시는 지난해 7월 안심소득 1단계 시범사업 대상으로 484가구를 선정해 3년간 지원 중인데, 지난 11월 현재, 23가구가 중위소득 85%를 넘어 수급에서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위소득 50% 미만이었는데 그 이상으로 올라선 가구도 56가구나 나왔다. 실제로 노동의욕을 꺾지 않고, 일하려는 의욕을 고취시킨 것으로 결과가 나타난 것.
전체 484가구 가운데 근로소득이 늘었다는 가구가 104가구에 달했고, 사업소득 증가도 24가구, 저축소득이 늘었다는 가구도 72가구로 나타났다.
안심소득을 지원받지 않은 비슷한 수준의 가구보다 의료서비스 지출이 30.8% 늘어나고, 식료품과 교통비 지출도 각각 12.4%, 18.6% 더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증가와 더불어 정신건강도 개선됐는데, 자존감, 우울감에 대한 처치 효과가 비교집단에 비해 14.6%, 16.4%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MIT교수 "한국은 선별적 기본소득이 바람직"
뒤플로 교수는 2003년 빈곤퇴치연구소를 공동 설립해 20년간 40여 개 빈곤국을 직접 찾아다니며 200개 이상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빈곤 문제 연구에 헌신해 온 경제학자다. 여성으로는 두 번째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정확한 통계와 데이터를 가진 한국과 같은 국가에선 자원을 선택과 집중해 집중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선별적 기본소득이 더 좋다"고 강조했다. 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골라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나라에서 굳이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금액을 지원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다.
문제는 현재 서울시에서 1500가구 규모로 시범사업 수준으로 시행하고 있는 사업을 전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오 시장은 이날 대담에서 "우리의 예산이 감당할 수 있느냐는 근원적 질문에 봉착하게 되겠지만, 지금까지 계산한 바로는 감당 가능한 정도 재원"이라며 "전국 확산은 그리 어려운 문제 만은 아닐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1년 반 뒤에는 다음 대통령 선거가 곧 있을 것"이라며 "실험 결과가 유의미한 수치로 나타난다면 우파나 좌파나 무관하게 어느 정당이라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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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장규석 기자 2580@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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