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악법” 신호에 김건희 특검 “위헌” 공세로 정면돌파
독소조항 강조...尹거부권 행사 명분 쌓아
미리 재의결 투표 대비...여당 이탈표 단속
여야가 20일 내년 예산안에 합의하면서 국회의 관심은 오는 28일 통과가 예상되는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에 쏠리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김건희 특검법은 악법”이라고 정면돌파를 예고했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올 것이 유력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악법” 규정을 신호탄으로 여당이 일제히 특검법의 독소조항을 지적하며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을 쌓는 모습이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특검법을 “반헌법적 악법”으로 규정하며 “이미 (검찰이) 수사를 했는데 혐의를 못 밝힌 사건이고 선거를 앞둔 정치공세기 때문에 당의 입장은 (특검법 반대로) 정리돼 있다”고 밝혔다. 전날 한 장관이 기자들에게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주장한 것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국민의힘은 특검법의 독소조항을 강조했다. 전날 한 장관이 “정의당도 특검을 추천하고 결정하게 돼 있고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게 하는 독소조항까지 들어있다”며 “국민들의 정당한 선택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있다”고 한 연장선이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이날 채널A뉴스 유튜브에서 “특검을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다. 자기들 마음대로 해겠다는 것”이라며 “피의사실 공표에 날뛰면서 반대한 야당이 특검은 매일 피의사실 공표를 하게 했다. 수사가 아니라 망신주기를 위한 특검법”이라고 비판했다. 법관 출신 한 당직자는 이날 통화에서 “국정농단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도 야당이 추천했지만 교섭단체에만 추천권을 줬고, 그것도 대한변호사협회 등의 추천을 받은 인사 중 고르게 했다”며 “이번 특검법은 평등권이나 정치적 중립 등에서 위헌적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이는 곧 출범할 ‘한동훈 비대위’가 마주할 최대 리스크인 김건희 특검법에 위축되지 않고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70%로 ‘행사해야 한다’(20%)를 압도하는 상황에서 특검법의 문제를 집중 강조해 여론을 뒤집겠다는 것이다. 이 조사는 국민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성인 1033명에게 무선전화 인터뷰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10.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 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거부권 행사 후 무기명으로 진행되는 재의결 투표에 대비해 여당 이탈표를 단속하는 모습도 보였다. 장 최고위원은 “본인이 공천되지 못했다고 민주당의 악법에 동조하는 분은 누군지 금방 드러나지 않겠나”라며 “그런 분은 정치 생명이 끝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엔 이런 노력에도 김건희 특검이 총선에 대형 악재가 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비윤석열계 의원은 “끝내 특검을 거부하면 민주당이 ‘방탄’ 정당 프레임을 씌우고 총선 내내 공격할텐데, 공정하고 성역없는 수사로 지지받던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은 더 궁지에 몰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김 여사에 대한 특검법에 거부권이 행사됐을 때 어떻게 될지 재의결을 요구하는 야당 공세게 거세게 들어올 것이고, 대통령 거부권이 아니라 ‘재의결을 하지 않는 여당’에 국민적 비난이 가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당이 독소 조항을 수정하고 총선 후에 특검을 하는 방식으로 야당에 제안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민주당이 거부할 것이 뻔하지만 이런 제안을 통해 총선을 노린 정략적 특검임을 강조하자는 취지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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